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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철 경기도농업기술원 식량기술팀장
1960∼70년대는 산업화 초기 단계로 우리나라는 먹고살기가 어려워 하얀 쌀밥과 고깃국은 명절 때나 먹을 수 있었고, 언제나 매일 쌀밥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모든 국민이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 시절에는 쌀이 없어 학생들은 점심 도시락에 보리를 섞은 혼식을 선생님들이 검사할 정도로 어려워던 시기였다. 이제는 몇 년간의 풍년으로 쌀이 남아돌아 묵은쌀을 가축의 사료로 이용한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든다.

 1980년대 들어와서 주곡인 쌀이 자급되고 하우스에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연중 먹을 수 있는 각종 채소와 과일들이 생산되면서 먹거리는 풍성해졌다. 쌀은 1970년대 통일벼를 재배하면서 자급의 기틀이 마련됐고, 1980년대에는 다수확 품종 위주로 재배되다가 2000년 들어서부터는 맛있고 질 좋은 품종으로 바뀌게 돼 현재 유통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벼 품종들은 대부분 고품질의 쌀들로 재배되고 있다.

 그러나 패스트푸드의 식습관 변화와 각종 먹거리의 발달로 쌀의 소비는 매년 줄어들고 있고, 따라서 쌀 재고량은 해마다 늘어 막대한 저장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2.9㎏으로 2014년 65.1㎏ 비해 3.4% 감소했다. 이는 1984년 130.1㎏을 기록한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감소했으며, 30년 전보다 소비량이 절반으로 감소했다. 반면 잡곡, 콩 등 기타 양곡의 1인당 하루 소비량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쌀에 대한 잘못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아쉬움이 크다. 그 중 가장 잘못 알려진 것은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는 것이다. 실제로 쌀에는 탄수화물을 비롯해 단백질, 지방,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 등 10여 가지 영양성분과 인, 칼슘, 철분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풍부해 어린이들의 성장·발육을 촉진하고 두뇌 발달, 기억력 개선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우리의 주식인 쌀은 유익한 성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인식들이 구전으로 전파되면서 소비 부진으로 연결돼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됐다.

 이에 따라 쌀 소비 확대를 위해 농업인, 소비자단체, 농업기관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 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변화를 타파하고 나섰다. 지난해 가을 파주시는 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벼품종인 참드림을 자체 브랜드로 만들어 인삼축제와 장단콩축제에서 추청벼와 참드림의 시식회를 실시했는데, 많은 도시소비자들이 참드림에 대해 밥맛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했다.

 안성시는 올 초 새해 농업인 실용교육 시 농업인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밥맛 평가를 실시했는데 참드림이 추청벼와 고시히카리를 제치고 가장 밥맛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품종은 기존 품종에 비해 쓰러짐과 병해충에도 강하고 수량도 10% 이상 더 수확할 수 있는 고품질 벼품종이다.

 농업기술원은 맛드림·참드림의 확대 보급을 위해 지난해 4천㏊를 보급했고, 올해는 4천300㏊까지 재배를 늘려 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좋은 품종은 계속 육성·보급해 농업인에게는 소득 향상을 꾀하고, 소비자에게는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쌀을 공급해 쌀 활성화에 기여하고 소비 활성화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쌀은 우리의 주식이지만 지금과 같은 집약되지 못한 소비 홍보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또한 최근 들어 1인가구로 대변되는 핵가족이 증가하면서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간편식을 선호하고 가공식품 위주의 소비 트렌드로 바뀌고 있고, 곡물 중심 소비 형태에서 가공식품과 외식 중심으로 소비가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농업기술원은 아침대용식으로 전자레인지에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냉동조미밥과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즉석누룽지, 등산·캠핑에서 먹을 수 있는 건조밥 등의 가공제품을 연구하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쌀산업 발전을 위한 소비자와 농업인, 관계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우리나라 쌀산업을 발전시켜 나가고, 특히 매년 감소하고 있는 쌀 소비량을 늘려 나가기 위한 쌀 가공제품 개발 등의 부단한 노력들이 계속돼 쌀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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