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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현린 칼럼 주필
창과 방패, 모순(矛盾)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때 한 사람이 시장에서 방패를 팔고 있었다. "자! 보십시오. 이 방패로 말하자면 명장이 만든 것으로 견고함은 당해낼 창이 없지요. 아무리 강하고 예리한 창도 결코 뚫지 못합니다." 조금 후에 그는 방패를 내려놓고 창을 팔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큰소리로 말했다. "이 창을 보세요. 이 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습니다." 한 노인이 장사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갖고 있는 창과 방패는 훌륭한 것 같소.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해가 안 되는 점이 하나 있소. 그 창으로 그 방패를 한번 찔러 보면 어떻게 되겠소? 어느 쪽이 이기는지 보고 싶소." 그 장사꾼은 아무 말도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다.

 며칠 전 북한은 "우리의 초정밀 타격수단들의 첫째 대상은 청와대를 포함한 모든 적 소굴이다"라고 위협을 가해 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이 어떠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군이 가차 없이 응징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기습발사해 오면 이에 방패 대응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우리 군(軍)의 고민이라고 한다.

 때마침 전해지는 방산비리 소식이 우리를 허탈하게 하고 있다. 군이 북한의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방패, 첨단 방탄복을 개발하고도 방산업체의 로비에 넘어가 고성능 대신 뚫리는 방탄복을 장병들에게 보급했다 한다. 감사원 실험 결과 방탄 기능을 상실한 일반 의류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성능 좋은 군사 장비가 곧 튼튼한 국방이다. 총탄을 막아내는 기능이 있는 군 장비가 방탄(防彈)장비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착용하는 방탄복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그 옷은 이미 방탄복이 아니다.

 한동안 조용하다가 또다시 터지곤 하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방산비리다. 군(軍)피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의 국방력은 허장성세(虛張聲勢)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군에 전쟁 수행 능력이 있는지 국민은 불안하다.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61년 1월 17일에 행한 퇴임사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 민주주의는 새로운 거대하고 음험한 세력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그것은 군산복합체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회전문 이론(Revolving Door Theory)’이다.

인용해 본다. 군수업체 중역실과 미국 행정부 사이엔 회전문이 달려 있다. 군수업체 중역을 하던 사람이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 같은 고위직을 맡고, 또 그렇게 장관을 했던 사람이 군수업체 중역으로 다시 일하는 악순환이 계속 벌어져도 미국에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부언하면 장성들이 현역 복무를 마치고 은퇴한 후 국방부의 고위 관료로 임용되거나 방산업체에 들어가 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이젠하워는 "옳지 못한 권력이 재난을 불러올 가능성은 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권력의 연합이 우리의 자유와 민주적인 절차를 위태롭게 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라고 강조하고 떠났다.

 모순을 찾아내지도 못하고 그저 창과 방패가 서로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고 고집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가지도층이다. 이러니 ‘우리에게 내일이 있는가?’라는 물음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서 25일 공개된 지난해 공직자 재산 변동 내역을 보면 경기 침체 속에서도 정부 고위층과 법관, 국회의원들의 재산은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씩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국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7천340달러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한다. 끊이지 않고 있는 북한의 도발 속에서도 국민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정쟁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이다. 천안함 폭침 6주기를 맞아 25일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장에 여당 지도부가 참석하지 않았다 하니 이 어느 나라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음 달 또다시 치러지는 총선이다. 하지만 총선 출마 후보들 가운데 40%가 전과자라 한다. 게다가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후보도 상당수 있다 한다. 정품이 없는 것인가 찾지 못하는 것인가. 인재(人才)는 보이지 않고 사특한 간재(奸才)들만이 판을 치고 있다. 누란(累卵)에 처한 나라를 지켜낼 동량지재(棟梁之材)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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