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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
정책은 사라지고 정쟁의 추한 모습만 남긴 ‘깜깜이 선거’가 시작됐다. 자신의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가 과연 국익을 생각하고, 민생을 위하고, 지역 발전을 제대로 이끌 만한 인물인지 여부보다는 친박이냐 비박이냐, 친노냐 비노냐, 무소속으로 나온 후보가 무슨 연유인지 등등 그야말로 정장의 뒷면 화제만 뉴스처럼 전해지고 있는 형편에서 말이다.

 오래전 한 기업인이 "경제는 2류, 정치는 3류"라고 했다가 정치권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으나 지금 우리 정치는 3류가 아닌 4류로 전락해 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집권 새누리당은 살생부 소동, 공천여론조사 유출, 당대표를 향한 ‘죽여!’ 막말 파동에 친박패권주의의 완결판인 ‘유승민 쫓아내기’를 하면서 비겁하고 졸렬하며 공당의 품격을 조폭집단처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오불관언이다.

 급기야는 공천을 주도한 이들에게 ‘비루한 간신’ 이야기까지 당대표의 옥새투쟁도 터져 나왔다. 야당도 별 다를 바 없다.

 친노·운동권 몇 명 자르고 누가 봐도 실세인 사람은 뒤에 숨어 있고 여권 출신 인사를 앞세워 당에 분칠만 하고 있다. 노욕의 극치랄 수 있는 ‘비례 5선’이 관록처럼, 아니 무슨 구원투수의 비장함이 서린 것처럼 막간 쇼를 한다.

국민의당은 탈락한 의원들을 무차별로 받아들여 ‘새 정치’를 넝마처럼 만들어 ‘종말처리장이냐’는 비아냥거림이 터져 나와도 누구를 위한 마이웨이인지 낡은 녹음기처럼 ‘내 갈 길만’ 반복할 뿐이다.

 ‘이미 마음으로는 탈당했다’는 여론이 새누리건, 더민주건, 국민의당이건 광범하게 퍼져 나가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수출 감소, 일자리 부족이 심화돼 IMF 당시보다 더하다는 국민의 신음소리에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이 기껏해야 추상적이고 상투적인 어휘들뿐이다.

 어느 당에, 어느 후보에 투표해 제1당이 누가 되면 어떤 변화가 올 건지, 아니면 심판의 정신이 살아나서 여소야대가 될 건지 도통 관심조차 없어 보이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질적으로 국회를 바꾸지 못할 바에야 차제에 비박은 몽땅 사라지고 친박 일색의 당을 만드는 게 실리인지도 모른다.

 사실 여소야대가 돼도 정윤회 청문회 등 야당의 공세는 국회선진화법이란 방패가 있으니 다 막을 수 있다고 여기는 모양새다. 야당 역시 겉으로는 심판 운운하지만 이미 107석 정도면 선전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걸로 뭘 하겠다는 것인가. 몽니나 부리고 필리버스터나 하겠다는 것인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제3당의 시대를 열어 양당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건 처음에 신선해 보였으나 이미 양두구육의 진면목이 다 까발려진 형국이니 어쩔 것인가.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이때 주권이고 권력이란 무엇인가? 국가 의사를 전반적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최고의 독립된 힘이다. 이를 민주국가에서는 예외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대의제 원리에 의해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나 대통령에게 위임된다.

따라서 대의제 아래서 현실적인 국민의 주권 행사는 대표를 뽑는 선거일에 투표함 속에다 표를 넣을 때를 제외하고는 기회가 거의 없다. 우리 국민은 국회의원선거를 위해 4년에 하루, 대통령선거를 위해 5년에 하루만 비로소 현실적인 주권자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리 정치의 핵심인 정당들은 4류로 내려가고 싶어 안달이고, 정책 실종은 물론 우리 주권자들에게 여야의 후보나 노선 중에서 눈 딱 감고 자판기처럼 하나 골라잡으라고 한다.

수도권의 유권자들 사이에서 전통적인 여당 성향이나 야당 성향이 희석되고 있는 양상을 보고 무소속이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지적이 무얼 뜻하는가? 정당정치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나 다름없다.

 이는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치권이 의도했던지 아니면 미처 생각 못한 결과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어쩔 것인가. 4월 13일의 총선일은 다가오는데…. 외면하고 욕만 할 건가?

 참담한 정당의 모습, 그들이 내놓은 후보들 정책보다는 무슨 연예가 소식처럼 들리는 이번 선거에 얽힌 이야기가 정말 뼈아프지만 냉소만 보내고 무관심해질 수는 없는 일이다. 교양 있는 국민의 위대한 선택이 아니더라도 우리 자식들, 미래 세대를 위해 진정하고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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