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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필자는 국내를 대표하는 ㈔한국전기차협회 회장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전기차를 구입하고 싶지 않다. 워낙 내연기관차 대비 단점이 누적돼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아파트에 살면 동 주민의 모든 동의를 얻어야 완속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어 구입 단계부터 어려움에 직면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급속 충전기가 설치돼 비상충전과 연계충전을 목적으로 해도 가뭄에 콩 나듯 해 불안감으로 멀리 가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아직 전기차는 세컨드 카나 틈새 차종으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고장이라도 나면 일반 정비업소의 출입은 불가능하다. 해당 메이커의 전기차 수리가 가능한 지정 정비업소에서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여기에 전기차의 과반을 차지하는 배터리 보증을 길게 해 준다고 하지만 과연 가능할까 하는 불안감도 있다. 다음 달부터는 1㎾당 330원이 넘는 충전 전기비가 부담되면서 승용디젤차에 대비 연료비 절감이라는 장점도 사라졌다.

 차량 자체도 내연기관차 대비 조금은 불편하다. 최근 발표한 미국 테슬라의 모델3가 한 번 충전에 350㎞ 육박하면서 가격은 4천만 원대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서 현존하는 전기차와 비교가 되지 않는 점도 꺼림칙하다. 현재 예약을 받고 있고 정식 출시는 내년 말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는 최대 180㎞ 주행거리에 가격은 모델3와 비슷하다. 구입할 명분이 약해지고 있다.

 상기한 단점은 당장 전기차를 구입했을 경우 개인이 느껴야 하는 일부 문제점이다. 과연 구입하고 싶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전기차를 구입하고 싶지 않다.

 현실적으로 당장은 디젤엔진이 탑재된 세단과 SUV가 좋기 때문이다. 상기한 각종 단점을 희석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강력한 인센티브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주어지고 있는 보조금 제도는 단순히 내연기관차 대비 비용을 비슷하게 맞추려는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그나마 점차 줄어들고 있고 한시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물론 상기한 테슬라 모델3가 발표한 대로 제대로 자리매김한다면 전기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가 예전에 언급한대로 2017년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아직은 길게 기다려야 하는 만큼 앞서 언급한 강력한 유인책은 전기차 소유자를 위한 강력한 운행상의 인센티브다. 현재 시행되는 경차 이상의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대도시 도심지의 버스 전용차로에 대한 전기차 진입 허용이다.

당장 제도 도입이 어려우면 출퇴근시간을 빼고 비보호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 텅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은 버스전용차로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물론 전기차 전용번호판 제도 도입을 통해 자부심도 심어 줘야 한다. 도심지 개구리 주차도 허용하고, 필요하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외곽고속도로의 갓길 가변차선의 진입도 고려할 수 있다.

 강력한 운행상의 인센티브 정책은 상기한 각종 단점을 극복하고 구입을 독려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세컨드 카로서 의미 부여도 되고 전기차를 통한 환경 개선 등의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 주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을 확대해 파이를 키우고 민간 차원의 수익모델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이 시급하다. 현 시점에서 정부의 컨트롤타워로서의 강력한 의지도 보여 주고, 테슬라 모델3의 출시에 앞서 국내 메이커의 전기차 개발에 대한 의지도 굳건히 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현행과 같은 지지부진한 정책과 독려는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너무도 미흡하다. 정부의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중요한 시기이며,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하는 시기이다. 현행 제도는 일반 국민에 앞서서 전기차협회를 맡고 있는 필자부터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아직 필자는 내연기관차를 즐겨 운행하고 있다. 전기차 구입의 명분을 실어주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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