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유도신문 국가경쟁력을 저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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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의 유도신문 국가경쟁력을 저해 (1)
최명호 <변호사/인천변호사회>
  • 기호일보
  • 승인 2016.04.06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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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최명호.jpg
▲ 최명호 변호사
수사기관으로부터 어떠한 혐의로 조사할 것이 있으니 언제까지 어디로 출두하라는 소환을 받습니다.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만, 다행히 정상적인 생활인이라면 일생일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자신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 해 쉽게 모른 척 할 일은 아닙니다. 자신 또는 가족 누구라도 누명을 쓰는 일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자기 잘못이 없거나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수사기관의 소환에 자신감을 갖고 출석합니다. 진실이 자신의 편이며, 자신 스스로 사실을 밝힐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무엇보다도 국가와 수사기관이 공정하게 진실을 그대로 받아주고 밝혀 줄 것이라는 신뢰감 등등.

그러나 30여 년 변론 업무에 종사해 온 필자가 보기에는 이보다 더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은 더없다고 보여집니다. 결과는 참으로 참담하기 그지없으며 후회해 본들 그때는 이미 손쉽게 내 무고함을 밝힐 황금의 시간을 놓치고 만 상태이기 십상입니다.

 수사가 진행됩니다. 내가 알지 못하고 겪지 못한 이상한 말들이 튀어나옵니다. 실제로 수사는 한도 끝도 없다고 현장에 임하는 수사담당자들은 말합니다.

 혹시 뭐가 없나 하며 피의자가 전혀 알지 못하는 스토리, 문제 된 사건과는 정작 관련이 없는 사안들을 일일이 한 번씩 스쳐 보기도 하는 것이죠. 그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늘상 이러한 당황스러운 경우에 이르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문:참고인 경솔해의 진술에 의하면 피의자 억울해는 공범 불안해와 친한 관계로 둘이서 짜고 이 범행을 하였다고 하는데 피의자 억울해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요?"

 법률적으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질문입니다. 제3자가 어떠어떠하게 진술했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식의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받는 피의자로서는 참으로 난감합니다. 제3자가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들은 바도 없고, 그 사람이 무슨 의도로 그렇게 말했는지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피의자로서는 남이 한 말을 제대로 반박할 수도 없고, 방어하기에 거의 불가능합니다. 질문을 받는 사람이나 질문을 하는 사람이나 참으로 어리석고 불필요한 질문인데, 문제는 현재도 수사단계에서 흔히 행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신문을 신문하는 사람이 원하는 답변을 이끌어 내려고 한다는 유도신문(誘導訊問, Leading question)이라고 부릅니다. 진술인이 잊어서 기억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는 경우에 예외 허용되는 외에는 형사소송법 등 법률은 엄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유도신문은 일정 때 보편적으로 늘 일상적으로 사용돼 무수한 희생자를 남겼습니다. 일제에 횡행하던 유도신문은 광복 70년이 됐는데도 아직도 고쳐지지 않습니다.

수사기관 일선에서 변호인 업무를 행하면서 느끼는 체감 정도는 일본 순사들이 행하던 불법적인 유도신문이나 지금 경찰이 행하는 유도신문이나 다른 점을 별로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몰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무시하고 그러하는 것인지. 그런데 어느 경찰을 가 봐도 대부분 이러한 유도신문, 사경의 의견을 묻고 이에 대해 피의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불법적인 신문이 공통적으로 횡행하고 있습니다. 사법경찰관 연수 과정에서는 이러한 유도신문 금지교육은 아예 생략하나보죠?

 일반 법률에 문외한인 사람들,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수사를 처음 받게 되는 사람들에게 고도로 훈련된 수사관이 특정한 답변으로 이끄는 유도신문을 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진술을 받아내는 것은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 입니다.

진술에 관해서는 초등학생 수준의 진술인에게 맞는지, 틀리는지 의견을 묻게 되면 처음 당하는 피의자는 이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내심 찜찜하면서 진술에 응합니다. 진술거부권리가 있으므로 이에 답하지 않아도 되는 것임에도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무엇인가 잘못한 것을 인정하기 마련이며, 진술 후에는 진술인은 무엇인가 당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일선 수사담당자들은 부디 진술인이 겪은 사실만을 신문해야 합니다. 답을 정해 놓고 이 답을 구하는 목적으로 행하는 유도신문, 신문하는 사람의 의견에 동의를 구하는 질문, 진술인의 의견을 묻는 질문 등은 모두 법률이 엄금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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