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점기행 
김언호/한길사/616쪽/8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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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내리는 국내 서점계의 현실이 안타깝지만 서점은 그래도 우리의 희망이다. 지식과 지혜의 현장이 바로 서점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에 오프라인 서점의 길을 찾기 위해 지난해 해외를 여덟 번이나 다녀온 출판인 김언호가 내린 결론이다.

 「세계서점기행」은 그가 유럽·중국·미국·일본 등 해외와 국내 헌책방거리인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을 방문해 서점 대표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600쪽이 넘은 분량으로 펴낸 책이다.

 1976년 한길사를 창립해 올해 40주년을 맞는 출판사 한길사의 대표인 저자는 패기와 만용, 사명감으로 서점여행을 떠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한 출판인으로서 우리 서점문화의 현실을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었기에 만용을 무릅쓰고 세계의 서점들을 찾아나섰다. 어쩔 수 없는 현실 가운데 변함없이 서점의 가치를 지키는 서점인들과 만나 대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들에게서 경험과 지혜를 얻고 싶었다."

 출판사 상호 ‘한길’처럼 책이라는 하나의 길만 40년간 고집해 온, 2002년 경영난으로 서울 종로서적이 문을 닫은 이후 한 번도 종로 거리를 찾지 않았다는 그다운 발상이다.

 책 소개를 하면 우선 눈여겨볼 만한 내용이 무척 많다.

 전 세계 서점을 둘러본 저자는 유럽과 미국의 서점에서는 유럽과 미국이 추구하는 정신과 문화의 깊이를 찾아볼 수 있었고, 중국 서점에서는 약동하는 중국사회의 인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한다. 구체적인 예로 24시간 문 열고 불 밝히는 싼롄타오펀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을 지원하는 중국 중앙·지방정부의 독서 지원 정책을 소개한다.

 일본이 왜 독서·출판 대국인지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어린이서점 ‘크레용하우스’의 창립자 오치아이 게이코는 생명·평화운동을 펼쳐 아베 같은 우파 정치인을 넘어서는 일본의 양심이자 희망으로 대접받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그가 전하는 해외 각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서점 성원운동은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전통서점 ‘트론스모’가 어려움에 처하자 오슬로 시민들이 "트론스모가 없으면 오슬로의 지성이 죽는다"며 서점 지원운동을 펼쳤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의 서점 ‘도미니카넌’이 문 닫을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서점을 사랑하는 세계의 시민들이 크라우드펀딩에 나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점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도심재생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례도 구체적으로 소개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서점 ‘스콜라’는 폐허가 된 극장에 들어섰지만 낙후된 그 지역을 재생시키는 계기가 됐고, 영국의 북단 안위크의 폐쇄된 철도역에 들어선 중고서점 ‘바터 북스’는 유명한 관광지로 인식돼 지역 일대를 발전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세계서점기행을 끝내고 이제는 본업으로 돌아가 파주에 있는 한길사 대표로 책을 만들고 있는 그가 전하는 핵심은 바로 이거다. "세계 서점들을 다니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닌 ‘문화’로서 존재하는 거였다. 이게 우리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다."

인생 견문록
김홍신 /해냄출판사/228쪽/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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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홍신이 소설 「인간시장」을 통해 보여 줬던 사회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대신 ‘행복전도사’로 변해 인생의 희로애락에 대한 자신의 소감과 이야기를 책 「인생 견문록」에 풀어냈다

 이 책은 한 잡지에 연재된 글 중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따로 선별해 묶은 에세이다.

 저자는 현대인을 시간의 노예로 표현한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아주 짧은 시간조차도 휴대전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요즘, 급속히 변모하는 디지털 기술을 누린다는 착각 속에 빠져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기에만 급급해 숨이 턱에까지 차오르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살고 있다는 말을 스스로도 종종 하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지금은 남들이 하는 걸 모두 다 해 보고 싶다는 욕망에 자기 속도를 잃어버린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결국 인간·존중·생명·사랑 등 소중한 가치를 모두 지켜가자는 당부다.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이소영/홍익출판사/176쪽/1만2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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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에 처음으로 붓을 들어 101세까지 살면서 그림 하나로 미국인들을 매료시킨 모지스(Grandma Moses, 1860~1961)할머니의 작품과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시골에 사는 평범한 주부였던 모지스 할머니가 ‘미국의 국민화가’로 추앙받기까지의 이야기는 놀랍다. 우연히 수집가의 눈에 띄어 그의 대표 작품이 당시 120만 달러에 팔렸으며, 1960년 뉴욕주지사가 그녀의 100번째 생일을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선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빨래를 하거나 양을 목욕시키는 사람들 등 시골의 담백한 일상을 담아낸 40편의 그림도 소개된다.

 100번째 생일에 모지스 할머니가 한 말은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려는 결론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그럼 그냥 하시면 돼요. 삶은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에요.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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