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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소설가
기꺼이 계절의 여왕에게 헌화하는, 오월을 예찬하는 시인이 많다.

 지천으로 핀 꽃과 연초록의 잎사귀와 맑은 바람과 빛 고운 하늘이 오월의 자연이다. 칭송받을 만하다. 웅장보다는 감미로운 선율이 어울리고, 간질거리는 마음이 부푼다. 뭘 해도 좋은 계절이다.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부부의날이 들어 있다. 근로자의날과 유권자의 날, 바다의날도 오월이다. 석가탄신일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도, 24절기의 소만도 오월이다.

 오월은 생성과 소멸 사이의 통과의례를 시작하고 피우고 성장해 가는 시간이다. 몸과 정신의 성장기인 셈이다.

 어린 싹이 자라나 완전체 인격을 형성하는 데는 많은 손길이 필요하겠다. 따뜻한 가족애도, 이끌어 주는 스승도, 구성원의 의무도 반성도 두루 양육의 밑거름으로 작용한다.

 절기 중 소만은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시절이다. 햇볕이 풍부해 만물이 점차 생장해 차는 시기라 모내기를 시작하고, 가을에 파종한 보리를 베고 밭작물을 위해 흙을 북돋우고 김매기로 잡초를 제거해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한다.

 자연에다 사람의 생애주기를 대입하면 오월은 가장 완성한 성장기다. 이 시기에는 고른 영양과 절제된 사랑과 올바른 훈육과 성장의 가르침과 안전한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합쳐 보니 어미의 마음이다.

 세상이 어지럽다. 대체 불가한 어미의 마음이 어디로 숨었는지 모셔 오고 싶다. 끔찍해서 입에 올리기만 해도 소름 돋는 사건이 줄줄이 터진다.

 부모 손에 비참한 죽임을 당한 어린 영혼도, 부부간의 비극적인 결말도, 나를 위해서라면 세상에 못할 짓이 없는 사악한 범죄도 수시로 일어난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예의는 어디로 실종된 것인지 핑계는 넘쳐나고 보듬어야 할 따뜻한 손길은 성가시다 여겨 불통이다.

 물질과 나만이 우선인 세상에서 마음씀은 순위에도 들지를 못해 크게 눈 뜨고 정성스럽게 찾아봐야 보일까 말까 해서 어지럽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굳이 기념을 해서 상기시켜야 하는 형편이 가난살이 같아서 가슴께가 갈근거린다. 언행이 껄렁한 세상이라도 어미의 마음으로 보듬어 오월을 맞이하며 반기고 싶다.

 어미의 마음이 작은 태동으로 파장을 만들어 어미의 눈으로 보고, 어미의 마음으로 키우고, 어미의 손길로 어루만진다면 어느 순간 껑충 솟구치는 건강함으로 따뜻한 세상을 마주할 것이라는 기대를 오월을 시작하면서 해 본다.

 세상에 강한 것이 어미이고 자식을 위해서라면 세상에 굴복하지 않는 강건함이 자식을 품은 어미의 마음이다. 오월의 호사뿐만 아니라 어눌한 언변과 아픈 상처도 어미는 제 몫으로 품는다.

 하세월 흐르고 보니 병석의 노구로 불편한 몸을 하고도 아픈 손가락인 자식 염려에 마음이 아픈 모친의 주름진 얼굴이 떠올라 울컥해진다.

 세월 더 지나 내 늙어지면 내 자식 또한 나를 다독이는 친정 모친의 손바닥처럼 따뜻하게 추억해 주겠지. 어미의 마음은 오월의 햇살에 뽀송해진다.

 오월은 푸르고 싱그럽고 생동하고 사랑스러운 계절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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