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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법조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사건 수사 및 재판 과정이 경찰·검찰에 대한 전방위 로비, 전관예우, 현직 판사와 브로커 간 유착 등 총체적 법조비리 사건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 씨의 보석과 집행유예를 조건으로 50억 원이라는 거액이 오간 점, 2014년 경찰·검찰의 수백억 원대 마카오 도박사건 수사 시 정 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점, 검찰이 지난해 필리핀 100억 원대 도박사건에 대해 횡령 혐의를 제외하고 단순도박죄로 기소한 점, 검찰이 2심에서 특별한 사유 없이 1심 구형 3년형을 2년6개월 구형으로 낮춘 점, 검찰이 2심에서 정 씨의 보석 신청에 대해 ‘적의처리함이 상당하다’는 뜻을 재판부에 전달한 점, 법원이 2심에서 특별한 사유 없이 1심의 형량인 징역 1년형을 징역 8월형으로 감경한 점 등 많은 의혹이 제기된다.

 검사·판사 출신 변호사들과 현직 검사·판사들 간 모종의 검은 거래를 했을 만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이 사건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고, 특검제를 도입해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무튼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대다수의 서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고, 중소 상인과 샐러리맨들은 1년에 1천만 원 저축하기도 버거워하는데, 단순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사 수임료로 수십억 원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삶의 의욕마저 꺾일 지경이다. 법조인들이 ‘정의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무너뜨리는’ 일을 하고 있으니 이 나라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민초들은 과연 누구를 의지할 수 있단 말인가.

 검찰을 ‘공익의 대표자’라 부르는 말도, 법원을 ‘권리 보호의 최후의 보루’라고 부르는 말도 모두 ‘사기’로 들릴 뿐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가 당연시되고 있고 법원의 판결을 ‘고무줄 잣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耳懸鈴鼻懸鈴)’라고 비웃기도 한다. 인터넷 댓글에서는 법조계를 ‘악의 소굴’, ‘비리의 온상’, ‘쓰레기 집합소’ 등으로 비판하고 있고, 차라리 일본이나 미국 등 외국의 검사·판사에게 수사와 재판을 맡기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 인공지능(AI)을 가진 알파고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 등도 있다.

 단언컨대 법조계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암담하다. 이번에야말로 전관예우 등 우리 법조계의 뿌리 깊은 폐악을 제대로 수술해야 한다. 수사와 재판의 공정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자는 물론이고 그 미수범까지도 엄중 처벌하는 내용 등을 담아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악덕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낙선시킬 수 있지만 악덕 법조인은 추방할 길이 없다"며 분노와 무력감을 표출한다. 우리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는데, "법조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므로 위헌이다"라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검찰·법원의 고위직을 ‘선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선출(선택)하지 않은 권력은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전관예우의 봉쇄 및 처벌, 검찰·법원의 고위직 인사의 변호사 취업 제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기소편의주의 개선, 법조윤리협의회의 기능 강화, 국민의 사법 참여·감시 확충,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탐정제도의 도입 등도 필요하다. 한편, 훌륭한 법조인들을 기리기 위해 ‘법조인 명예의 전당’과 ‘법조인 국립묘지’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국민의 행복추구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수사 및 사법시스템 전반을 철저히 개혁해야 하는데, 20대 국회가 이를 해결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내년 말 실시될 대통령선거에서는 여당 인사든 야당 인사든 법조계 개혁을 철저히 실현할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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