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장
‘갈택이어(竭澤而漁)’란 사자성어가 있다. 연못을 말려서 고기를 잡는다는 말로, 눈앞의 이익 때문에 장래의 이익을 놓치는 행동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일부 대기업이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지난 3월 모 대기업 계열사가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깎아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 회사는 자체 평가를 통해 최하위 중소기업에게 페널티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돌려받았고, 계약체결일 이전에 납품한 제품에 대해서도 인하된 납품단가를 소급 적용하는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공정행위가 대·중소기업 거래에서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도급 관련 분쟁 건수는 1천50건으로 지난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 분쟁업무를 개시한 2011년부터 연평균 89.4%씩 급증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62% 수준으로 역대 최고 격차를 기록했는데, 이는 경기 불황의 영향도 있겠지만 대기업이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하청 중소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대기업의 불공정한 행위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행위는 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고, 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내수 기반 약화와 고용 감소로 이어져 결국 국가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수출은 수십 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고, 주력 수출제품이었던 조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의 경쟁력이 현저하게 약화되고 있는 등 우리의 경제는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가 한계상황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창의와 혁신, 경쟁의 원천인 다수의 중소기업이 왕성한 경영활동을 유지하도록 하는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5월 셋째 주는 중소기업기본법에서 정한 중소기업주간이다. 이번 주간행사의 슬로건인 ‘바른 경제 더 큰 나라, 중소기업이 만들겠습니다’라는 의미가 크게 느껴진다.

 0.1%의 대기업에 집중된 우리 경제를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자원의 합리적인 배분을 통해 기업의 성장이 일자리 창출과 국민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바른 시장경제’로 전환해 달라는 중소기업인들의 바람과 의지가 엿보인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경쟁과 혁신을 통해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얻을 수 있는 ‘바른 운동장’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인도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혁신하고, 기술 개발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중소기업인들의 요구를 다시 한 번 경청해 ‘바른 운동장’ 조성에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중소기업 관계에서 유·무형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 발전할 수 있도록 거래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금란지계(金蘭之契)라는 말이 있다. 쇠처럼 단단하고 난초 향기처럼 그윽한 사귐의 의리를 맺는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러한 아름다운 관계를 맺어 서로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그런 상생협력의 풍토가 조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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