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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석 경기도의회 의원
나는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이번 연수에서는 스페인에 있는 협동조합의 성지라 불리는 몬드라곤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다. 10시간이 넘게 핀란드 헬싱키를 거쳐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비행기를 타고 거기서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 설레는 마음으로 몬드라곤에 도착했다. 우리의 강원도 태백쯤 될까, 그야말로 시골 동네로 들어갔다. 인구는 2만3천 명 정도 되는 조그만 스페인의 시골 동네가 협동조합을 통해 53조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는 스페인의 10대 기업에 속한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몬드라곤’은 대표적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다. 스페인 바스크주 몬드라곤에 있는 103개의 협동조합이 만든 협동조합연합체다. 몬드라곤에 속해 있는 협동조합 은행의 규모는 스페인 은행 중 두 번째이며, 유통협동조합인 에러스키는 스페인 전역에 매장을 가지고 있고 3만 명이 일하고 있다. 대학 1곳을 포함해 학교 8개의 교육협동조합도 있다. 몬드라곤 인구의 반이 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고, 스페인 전역에서 7만4천 명의 조합원이 함께하고 있다.

 몬드라곤은 인구 2만3천 명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다. 건물은 높지 않지만 깔끔하고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름다웠다. 몬드라곤은 예로부터 산에서 나는 광물을 이용한 철광산업이 발달했으나 100년 전 채광도 중단되고 내전으로 가난에 허덕이는 도시였다. 호세마리아 신부는 가난한 마을을 잘살게 하기 위해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선택했다.

 돈을 가진 자들은 마을의 변화를 위해 자신들의 돈을 쓰려고 하지 않았다. 마을 주민 개개인이 변화되지 않으면 마을이 변화될 수 없었다.

개인들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교육과 일이었다. 10년간 마을 사람들을 교육했다. 그리고 1956년 5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석유난로를 만드는 공장을 협동조합으로 시작했다.

호세마리아 신부 한 사람의 생각과 다섯 젊은이들의 시작이 50여 년이 지나서는 스페인 기업 중 매출 9위(23조 원), 고용인원 3위(8만5천 명)의 거대한 협동조합연합체를 만들어 냈다.

 몬드라곤은 매출 규모에 비해 고용인원이 많다. 그 이유는 몬드라곤의 목적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수익을 더 많이 내기 위해 공장을 해외로 옮기기도 하고, 내부유보금이 많아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투자를 하지도 않는다. 구조조정이란 명목으로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한다. 그런데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모두 함께 살기를 목적으로 하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도 좋은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 가고 있었다.

 몬드라곤은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관리직이든 생산직이든, 단순업무이든 전문업무이든 모든 일하는 사람은 급여를 똑같이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초기 20년 동안은 최저임금과 최고임금의 차이를 3배로 제한했다. 그 이후 점차 확대돼 현재는 6배다. 스페인 주식상장기업의 경우 최저임금과 최대임금차가 1:100인 것에 비하면 6배의 차이는 미미한 편이다.

그리고 몬드라곤의 최저임금은 스페인 최저임금의 약 2배다. 거기다 몬드라곤에는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매우 적다. 개별 협동조합이 어려움에 처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경우 다른 협동조합에서 고용을 승계한다.

실제 2013년 10월 파고르 협동조합이 문을 닫게 됐을 때 1천800명의 고용을 승계했다. 적당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150명에게는 몬드라곤에서 다른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월급을 줬다.

 사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을 이야기하고 중소기업들의 강소기업으로의 성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등 공생과 상생에 대한 경제구조에 대해 많은 고민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거대한 자본주의 질서에서 가능하겠어, 잘 되겠어 하는 생각이 늘 가슴에 응어리처럼 상존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몬드라곤의 방문은 이런 나의 생각의 찌꺼기를 산산이 무너뜨리기에 충분한 충격이었다.

 자본중심이 아닌 사람중심으로 함께 나누는 양질의 일자리에서 일하면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고, 또 그래야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을 더욱 키우게 됐다.

대한민국, 아니 경기도에서부터 몬드라곤의 협동정신으로 함께 잘사는 공동체 경제를 만들어 가길 희망하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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