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으로 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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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으로 해도 될까요?
임영실 변호사<인천변호사회>
  • 기호일보
  • 승인 2016.05.18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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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실 변호사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를 희망합니다."

 최근 형부에게 성폭행을 당해 낳은 3살짜리 아들을 발로 걷어차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이 법정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반해 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형부는 수치심을 느낀다는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으로의 전환을 거부한다.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작년 7월께에는 경북 상주의 한 마을회관에서 사이다에 농약을 몰래 넣어 6명의 사상자를 낸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5일간 진행됐고, 피고인인 할머니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국민참여재판은 무엇이고, 왜 피고인들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재판받기를 희망할까. 국민참여재판이란 만 20세 이상의 국민 중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의 평결을 내리는 것으로, 주권자인 국민이 형사사법 절차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다.

 법원은 사법 절차의 민주적 정당성과 투명성 강화,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제도의 확립이란 취지 하에 2008년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수 있는 대상사건을 법원조직법상의 합의부관할 관련 사건등(국민의형사재판참여에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으로 규정하고, 그 대상범위를 확대해 그 외 사건 중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고 법원에 의해 적절하다고 판단받은 사건도 대상이 된다.

 최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사건에는 주로 언론에 소개되는 살인·강도·강간 등의 강력사건 외에도 무고, 명예훼손, 폭행과 같은 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사건들도 꽤 있다. 피고인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배심원들에게 피력해 국민의 법감정을 확인받고 싶다거나 법과 도덕의 경계에서 국민의 건전한 상식에 근거한 처벌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고 있다.

 보통 강도나 강간 같은 강력사건의 경우에는 피고인들 또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데 두려움을 갖는다. 구치소에서 만난 피고인들은 대부분 "국민들은 강력사건에 대해 안 좋게 보고 형을 세게 판단할 것 같다"는 말을 변호인에게 한다. 배심원 선정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강력범죄 사건에 대해 형이 낮게 처벌되는 것 같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배심원도 상당수이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이런 우려는 괜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수십 년간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 아이들까지 장애를 갖게 된 상태에서 또다시 폭행을 당한 날 밤 잠든 남편의 목을 졸라 살해한 피고인이 있다.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가정폭력으로 멍든 한 가정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이라는 범죄에 대한 응분의 형을 처벌받아야 하며, 피고인이 감옥에서 형을 살고 있을 동안 방치될 장애를 가진 아이의 인생까지 배심원들이 함께 고민함으로써 강력사건의 경우에도 적절한 양형이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이뤄진다. 피고인 또한 일련의 재판 과정 속에서 자신의 성장 과정이 드러나고, 고단했던 삶이 되새겨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정하지만 따뜻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배심원들의 시선 속에서 더욱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재사회화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수많은 고심 끝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다. 단순히 자신의 형을 낮추고 싶은 마음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지 않는다. 국민참여재판을 여러 건 진행하면서 배심원들의 사건 파악 능력과 판단수준도 상당함을 느꼈다. 법원은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에 관해 필수적으로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에 피고인의 변호인은 먼저 묻는다.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를 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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