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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지금은 ‘로하스’ 시대다. 로하스는 자신만의 건강은 물론 다른 사람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이타적인 라이프스타일이다. 농산품 하나를 선택하더라도 친환경 농산물인지 혹은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생산된 농산품인지를 꼼꼼히 따지는 이른바 ‘사회적 웰빙’을 추구한다.

 로하스족에게 있어 가격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 자신들의 가치에 맞는 상품이면 조금 비싸더라도 기꺼이 선택한다. 건강을 고려한 농산품, 생태계 보호와 관련 있는 제품, 자연과 삶을 조화시키는 상품을 찾는다.

 특히 미국에서 활발한 로하스는 ‘건강+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삶의 방식이다.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로하스적인 소비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한다.

 로하스 시장 전문지인 주간 「로하스저널」은 미국 내 로하스 소비자들은 성인인구의 30% 수준인 6천300만 명, 구매력을 연 2천3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어 그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이 가운데 환경친화적인 생활용품, 유기농식품과 재생섬유, 생태관광 등이 포함되는 생태적 라이프스타일 관련 시장의 비중이 가장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로하스는 생소한 이름이 아니다. 웰빙 바람이 불기 전부터 존재했다. 대형 할인매장이나 시장에서 조금 비싸더라도 유기농 제품에 더 눈길이 간다면, 음식물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면 당신도 이미 로하스족인 셈이다.

 최근에는 환경단체 등이 주축이 돼 로하스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천연재료를 이용한 각종 생활용품과 친환경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로하스 아파트, 로하스 펜션, 로하스 식품, 심지어 ‘로하스 노래방’까지. 우리 사회에서 로하스라는 용어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처럼 트렌드에 밝은 기업들이 가장 빨리 로하스 개념을 이용해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제는 농촌도 로하스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유기농 식품뿐 아니라 현재 수입에 의존하는 유기농 원사를 농촌에서 직접 재배해 상품으로 만들어 보자. 최대한 우리 농촌의 천연원료를 활용한 제품 재료를 판매해 보자. 하루도 식단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고춧가루, 콩 식품 등은 중국산이 많은데, 토종 원료를 사용한 로하스 양념, 로하스 식품, 로하스 장류 등 완제품을 만들어 대형 유통업체와 제휴해 전략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 로하스 산업과 로하스 체험관광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친환경 농산물 로하스지구 조성, 광역 친환경 농업단지 조성, 체험·체류형 녹색 생태관광 기반 조성 등이 수반돼야 한다. 농촌이 먼저 도시민의 건강을 챙겨 주는 로하스 상품을 만들어 내면 의식 있는 도시민들이 ‘로하스의 생활화’에 앞장설 것이다. 로하스는 농촌과 도시가 힘을 합쳐야 완성되는 시스템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농촌과 산촌을 찾고 있는 도시민들이 있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찾아올 그들을 위해서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마을사람들이 분주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도시와 농촌의 만남, 사람과 자연의 만남,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는 스스로에 달려 있지만 중요한 것은 로하스 땅, 농산촌에서 진정으로 즐기는 일일 것이다. 진정으로 즐겨야 알고 싶어지고, 우리가 아는 만큼 자연과 숲은 모든 것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반면 로하스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더 편리하게’와 ‘더 투명하게’이다. ‘귀차니즘’이 몸에 배어 있는 미래 고객들은 더 편리하고 간편하면서도, 더 투명한 농산품을 요구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맞춤형 농산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은 로하스환경이다. 이번 기회에 디지털 로하스환경의 자존심을 살려 보자. 이것이 우리 농업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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