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오은영/코리아닷컴/344쪽/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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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이 앞에서 ‘욱’하셨습니까? 우리 아이를 욱하는 어른으로 키우지 않으려면 부모로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모범을 보여 주는 게 답입니다."

 요즘 분노조절 장애의 시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에서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 상대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처럼 국내에서도 분노나 충동을 억누르지 못해 벌어지는 범죄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현대사회를 ‘욱(앞뒤를 헤아림 없이 격한 마음이 불끈 일어나는 것)’을 미화하는 사회, ‘욱’을 도발하는 사회로 표현하고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란 책을 펴낸 이유다.

 육아 교육서답게 ‘아이가 마음대로만 하려고 할 때’, ‘공격적인 행동을 할 때’, ‘또박또박 말대답할 때’, ‘잘 달래지지 않을 때’, ‘안 자고 안 먹을 때’, ‘쉬고 싶은데 뭘 자꾸 요구할 때’ 등 상황별로 세심한 지침을 부모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감정주머니가 작은 요즘 아이들이 잘 성장하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부모의 ‘기다림’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아이에게 소리 지르거나 분노하지 않아야 하고, 또 기다리는 것을 가르치는 건 부모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에 자신이 욱하는 부모가 아닌지를 뒤돌아보라는 조언을 건넨다. 자신을 관찰해 자녀의 문제가 오롯이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보라는 뜻이다. 자녀가 충동과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 탓, 배우자 탓이 아니라 어쩌면 언제든 터질 기회를 노리는 팽창된 감정주머니를 갖고 있는 본인 탓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나의 해결되지 않은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며 우리 모두가 욱하면 모두가 안전하지 않은 세상이 되기에 자녀와 부모가 꼭 학습해야 할 감정 조절법을 알려 준다.

 이 책의 핵심은 ‘Part 4. 내 아이, 욱하는 어른으로 키우지 않으려면’에 소개된 몇 줄의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찬찬히 읽어 보면 긴 여운이 남는다.

 "욱을 다스리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가장 먼저 나의 예민함과 불안함, 나의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이것이 화살이 되어서 나에게도 상처를 입히고,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랑하는 가족들한테도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오롯이 나에게서 나온 것이다. 원인을 다른 사람한테 돌려서는 안 된다. (중략) 아이가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욱한다면, 나 또한 아이와 똑같은 것이다. 아이가 그렇게 된 원인을 파악하는 것과 내가 그렇게 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다르지 않다. 내 원인을 찾는 것이 아이를 도와주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만약 나에게 기질적인 문제가 있다면 나의 문제를 먼저 개선하려고 해야 한다."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
박한선·최정원/에이도스/508쪽/2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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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정신과적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어가지만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여전하다. 신체질환에 걸리면 온 가족이 힘을 모아 병을 이겨내는 반면 정신질환에 걸리면 끈끈한 가족 결속력도 와해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안타까운 게 현실이다."

 조현병(정신분열병)·양극성 정동장애(조울병) 분야 전문의인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성안드레아병원(이천시 소재) 박한선 정신과장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근무 중인 의사 최정원이 공동 저자로, 다양한 정신과적 문제에 시달리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지식을 소개한 책이다.

 경미한 우울증부터 심각한 조현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좋은 정신과 병원을 선택하는 방법, 약물의 종류와 선택, 여성 환자의 임신과 출산, 정신장애와 법 등 상세한 설명을 제공해 정신과 백과사전과 다름없다.

한국의 다리 풍경
이종근/채륜서/260쪽/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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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고 마음이 시작되는 곳인 다리가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란 저자의 표현대로 한국의 역사·문화·민속·회화·문학이라는 구슬을 ‘다리’라는 하나의 줄에 꿰어낸 책이다.

 한 지방신문의 문화부에 근무하는 저자에 따르면 다리에 관련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워 책을 발간했다는 전언이다. 전국 각지의 다리가 어디에, 언제부터, 어떻게, 왜 세워지게 됐는지에 대해 각종 보고서와 각종 문헌을 찾아보고 직접 현장에 찾아가 관찰·촬영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서울 청계천의 다리, 수원8경의 하나인 화홍교, 정조의 효심이 깃든 안양 만안교, 광한루 오작교, 진천 농다리 등 전국의 유명한 다리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으로 만나는 다리, 궁궐의 다리, 한국전쟁이 남긴 다리, 다리가 놀이와 축제로 만나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놓인 다리 등 ‘더하는 이야기 편’에 소개된 내용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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