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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성섭 농협안성교육 교수
바쁜 영농철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들녘의 분주한 모습은 사라졌다. 인구 감소 탓도 있지만 경지 면적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농지의 상당 부분은 공장 등 산업시설로 바뀌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도시 건설 및 택지 개발로 농지가 사라져 가고 있다. 농산물 생산과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원격탐사 활용 경지면적조사 결과’를 보면 경지면적은 168만㏊로 전년보다 0.7%(1만2천100㏊) 감소했다. 2006년 180만㏊에서 꾸준히 감소해 10년간 12만㏊ 줄었다. 이는 서울과 부산 면적을 합친 것만큼 줄어든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식량안보 차원에서 확보해야 할 최소 농지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정부는 우리나라 2020년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32%로 설정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175만㏊의 농지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속도로 농지가 감소된다면 2017년 162만㏊, 2022년에는 157만㏊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될 경우 곡물자급률 목표 달성은 요원하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고, 곡물자급률이 24%인 열악한 상황은 식량안보는 물론 미래세대의 전망마저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농지보전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농지면적 확보에 대한 정책과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적정한 농지면적 확보를 위해서는 ‘보전농지 총량제’를 긴 안목을 갖고 수립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토면적에서 농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8% 안팎이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농업선진국들과 비교해 보면 사뭇 대조적이다. 독일은 국토의 47%가 농지다. 지형상 우리나라처럼 산지가 많은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도 농지면적 비율이 각각 42%와 24%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식량 자급자족을 위해 6년 연속 농지를 늘리는 데 정성을 다하고 있다. 눈치 빠른 이들 나라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안보 차원에서 농지면적을 꾸준히 유지하고 늘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일 수 없다. 식량안보는 물론이고 향후 식생활 변화, 통일 이후 등을 대비해 보전농지 면적이 충분히 계산돼야 한다. 아울러 이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도 세밀하게 수립돼야 한다.

 농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중요하다. 농지는 단순히 식량 생산 수단으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농지를 다원적 기능을 가진 공공재적인 가치 기준으로 재조명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중요하게 다뤄야 할 부분이다. 생물다양성의 유지기능과 물 관리를 통한 홍수 예방은 생명 안정과 직결돼 있다.

뿐만 아니라 농지가 대기를 정화하고 경관을 보전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효과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일본은 농지를 공공재로 인식해 까다로운 전용허가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유럽의 주요 선진국가들은 농지를 생산과 환경 등 다원적 기능으로 유지·발전시키고 있음을 눈여겨볼 만하다.

 농지는 한 번 훼손되면 복원하기 어렵다. 경제성과 편의성 중심으로 전용된 농지의 회복은 영원히 되돌릴 수 없다. 상황이 변해 수요가 증가해도 쉽게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재화가 아니다. 식량안보, 국민 생명 보장과 연계하는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에서 농지보전 대책이 조속히 수립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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