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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행정학박사
아내와 8년여를 교제하고 결혼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아내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남자와 여자, 참 영원히 알 듯 모를 듯한 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연애 시절에는 자신과 너무도 다른 그녀를 보고 매력에 푹 빠지곤 했었죠. 여자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러나 함께 살다 보면 그 다름 때문에 다투고 갈등하곤 합니다. 그러다가 심지어는 헤어지기까지 하는 일도 꽤 많습니다. 이런 갈등의 원인은 도대체 뭘까요?

 부부 사이가 평소에 좋지 않아 늘 티격태격하던 한 부부가 남편의 트럭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습니다. 회사 일로 무척 기분이 상한 남편이 트럭을 몹시 난폭하게 몰았어요. 그때 남편의 트럭 옆으로 어느 차가 오더니 큰소리로 이렇게 외치고 달아나는 거예요.

 "야, 이 병신 같은 놈아, 운전 똑바로 못 해?"

 아마 남편은 무척 화가 났을 겁니다. 이때 아내가 묻습니다.

 "아니 저 사람, 당신을 아는 사람이에요?"

 퉁명스럽게 모른다고 말하는 남편에게 다시 아내가 물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당신에 대해 저렇게도 잘 알지?"

 남편의 인내심은 이때 폭발했을 겁니다. 그런데 예전과는 달리 말이 없는 남편이 잠시 후에 입을 열었습니다.

 "저기 당신 친척 지나가네. 가서 인사하지 그래."

 아내가 쳐다보니까 개 한 마리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이 말에 아내는 그러겠노라고 하며 차를 세우라고 했습니다. 차를 세우니 아내는 개에게 정중히 인사하면서 말합니다.

 "아주버님, 안녕하세요? 아주버님! 어머님은 잘 계시지요?"

 어느 책에서 읽은 이 우스꽝스러운 부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쩌면 많은 부부들의 일상을 재밌게 그려 놓은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실제로 욕을 하고 달아난 운전자 때문에 부부가 이런 냉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이전에 이미 부부 사이의 신뢰가 깨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신뢰가 깨진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도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름은 매력이고 동시에 갈등의 씨앗이기도 합니다. 엄연히 서로 다른 것이 행복을 주기도 하고, 불행을 주기도 한다면, 행복과 불행은 서로의 ‘다름’ 때문에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 비로소 행복의 문이 열릴 수 있을 겁니다.

 남자와 여자, 얼마나 다를까요? 남자는 직접화법으로, 여자는 간접화법으로 대화한다고 합니다. 젊은 연인이 모처럼 멀리 드라이브를 하고 있습니다. 벌써 남자가 두 시간이나 운전하고 있을 때 우아한 레스토랑이 하나 보입니다. 여자가 "자기야, 저 레스토랑에 가서 커피 한 잔 하고 갈까?"라고 제안합니다. 이때 남자는 ‘커피’를 ‘직접적’으로 해석해서 ‘커피는 피곤할 때 마시는 것’으로 판단하고, ‘괜찮다’며 운전을 계속합니다.

 한참 후에 휴게소에 들러 자판기 커피를 사와서 여자에게 건네준다면 과연 여자는 만족해 할까요? 아닐 겁니다. 여자는 간접화법, 즉 돌려서 말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자’는 제안은 사실 커피가 아니라 멋진 곳에서 남자친구와 귀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것을 돌려서 말한 것일 테니까요.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알면 그때부터 남자는 여자의 입장에서, 여자는 남자의 입장에서 서로를 배려해 줄 수가 있습니다. 아내가 "요즘 재밌는 영화가 뭐냐?"라고 묻는다면, 남편은 그것을 직접적으로 해석해서 "인터넷 들어가면 알 텐데, 참 답답한 사람이네"라고 퉁명스럽게 말하기보다는 "여보, 내가 금요일 저녁 시간 낼 테니까, 우리 함께 영화 보러 갑시다. 당신이 보고 싶은 걸로 골라 봐요"라고 하면 어떨까요. 행복은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이렇게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헤아려 주는 데서 시작될 겁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운영되는 지역민참여보도사업의 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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