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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정기 한강유역환경청장
풍선효과(Balloon effect)라는 말이 있다. 공기에 부푼 풍선의 한쪽 면을 누르면 다른 쪽 면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어떤 행동이 예상치 못한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용어다.

 현대사회는 그동안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에 인위적인 변화를 가해 왔다. 화석연료를 태웠고, 댐을 만들어 물을 가뒀다. 그 뿐인가. 우리가 사용한 오염된 물을 하천에 무분별하게 방류하기까지 했다. 이런 행동의 풍선효과로 우리는 기후변화와 수질오염, 그리고 녹조현상이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한국정책평가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9명은 조류(녹조)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지진이나 홍수 등 천재지변보다도 먹는 물의 안전이 걱정돼 조류에서 더 위협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조류는 우리 인간과 공존할 수 없는, 박멸해야만 할 존재일까?

 조류는 먹이사슬의 최하층에 위치해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산소를 공급하는 물속 식물로, 수생태계 균형 유지에 꼭 필요한 생명체다. 그러나 자연이 수용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는 오염된 물이 하천으로 유입될 경우 수생태계의 균형은 깨지고 자정능력을 잃어 조류가 하천의 표면을 덮을 정도로 이상 증식하고, 일부 남조류에서 냄새물질이나 미량의 독소를 배출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녹조현상’이다.

 조류 자체를 박멸 대상으로 여기고 잘못 대응한다면 우리의 손으로 수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려 또 한 번의 풍선효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수질문제에 맞닥뜨리고 말지 모를 일이다. 녹조현상을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 조류와 맞서 싸울 것이 아니라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녹조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부각되는 여름이다. 지난해는 지속된 가뭄의 영향으로 하천유지수량은 턱없이 부족한 반면, 수온이 높고 하천의 오염부하량은 증가해 조류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1998년 조류경보제 시행 이후 한강에서 최초로 조류경보가 발령되고, 2천500만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에서는 43일이나 조류주의보가 발령되기까지 했다. 이렇듯 녹조현상은 강수량이나 수온 등 자연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기는 하지만 오염원 관리와 같은 노력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조류 모니터링을 통해 조류 발생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으며, 유관기관과 협력해 댐 방류량 조절, 조류차단막 설치, 정수장 수질검사 등 조류가 먹는 물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조류에서 발생하는 미량의 독소물질마저도 정수처리 과정에서 모두 제거돼 먹는 물은 항상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

 또한 하수처리장 및 하수관로 증설, 하수처리장 방류수 수질기준 강화, 가축분뇨 배출시설에 대한 특별점검, 수중·수변 쓰레기 수거활동을 통해 하천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양을 줄이고, 영양물질 제거를 위한 수질개선사업과 생태습지 설치 등 하천의 생태 복원을 추진해 자연의 정화능력을 되돌려 조류가 수생태계 내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공존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아울러 정부에서는 녹조현상에 대한 과학적 대응을 위해 녹조의 발생 및 성장 원인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의 모순이 발생하지 않게 현장실험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현재 개발된 녹조제거기술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현장 활용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번 여름, 우리 한강유역환경청은 앞서 밝힌 노력들을 바탕으로 수도권 주민들의 불안이 해소되도록 조류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녹조현상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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