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역사 조각’ 품은 중국 톈진시
중국의 수도와 120㎞ 떨어진 톈진(天津)은 중국 내에서 인천과 매우 비슷한 도시로 꼽힌다.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로 약 1천540만 명의 인구와 1만2천900여㎡의 면적을 갖고 있어 규모 면에서는 인천과 비교가 안 된다. 그러나 수도와 가까운 항구도시로서 과거 수도를 방위하는 군사 주둔지에서 근대 개항의 중심지로, 현대에 이르러 국가 경제를 이끄는 산업도시로 발전하는 등 중국 속 ‘인천’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유사한 모습을 지닌다.

이처럼 우리와 비슷한 여건을 지닌 톈진은 그들이 지닌 과거 유산과 지리적 특징 등을 어떻게 활용해 도시의 발전전략으로 삼고 있는지 살펴봤다.

# 우다다오(五大道) 문화여행구역

톈진은 근대에 들어 통상항구로 개방돼 서구 열강에 의해 조계가 설립된다.

당시 청조는 제2차 아편전쟁의 결과로 영국·프랑스·러시아 등과 ‘베이징 조약’을 체결하고 수도 베이징(北京)과 가까운 톈진을 1860년 통상항으로 개방한다. 개항 이후 영국을 비롯한 프랑스·미국·독일·일본·오스트레일리아·이탈리아·러시아·벨기에 등 9개국은 기존 톈진 구시가의 8배에 달하는 면적에 차례로 조계지를 설치한다.

▲ 톈진 고문화거리.
인천 역시 우리나라의 대표 개항장으로서 개항 이후 중구 신포동 일원에 일본과 청을 비롯한 각국조계가 설치된 것을 비교하면, 톈진의 사례를 통해 아픔의 과거를 현대에 들어 어떤 방식으로 재창조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톈진조계지가 조성된 우다다오 문화여행구역은 마장도, 서강로, 귀주로, 성도로, 남경로로 둘러싸인 네모형 구역으로 가로와 세로 23갈래의 도로가 통하고 있다. 총면적은 1천280㎡로 1920~1930년대에 건축된 2천여 채의 독특한 건축양식 건물이 자리잡고 있는데, 대부분이 유럽 각 시대의 건축양식을 나타내는 정원식 혹은 아파트형 건물이다.

 예전 우다다오 구역은 야당 정치인들의 도피처로 이용됐는데, 왕부 한 채와 두 명의 대통령, 7명의 총리, 100여 명의 총장, 독군과 성장 및 미국 31대 대통령이었던 허버트 후버, 오성장군 조지 마셜 등 유명 인사들의 관저 및 저택 100여 채도 자리잡고 있다.

 톈진시 민원광장 바로 옆에는 지역의 역사를 한눈에 소개하는 우다다오 관광안내소가 위치해 있다. 관광안내소에는 민원광장을 중심으로 주요 건축물들이 위치해 있는 모형도를 비롯해 우다다오에 거주했던 유명 인사들의 소개와 당시 사용했던 근대유물, 관련 기록물,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단순히 역사적 건축물만 활용하는 것이 아닌, 그 시대 대표적인 인물들을 재조명해 도시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시간마다 안내요원이 나와 관광객들을 위한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 우다다오 관광안내
관광안내소에서 해설사를 맡고 있는 허전전(28)씨는 "관광안내소는 톈진시에서 위탁받아 기업이 운영하는 시설로, 우다다오에 살았던 역사적 인물과 건축물 등을 소개하고 있다"며 "이곳은 만국의 역사가 기록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우다다오 문화여행구역에 위치한 근대건축물들은 예전 모습을 보존한 채 호텔이나 식당, 회사 등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톈진시는 중요 건축물의 입구에 입간판을 세워 관광객들에게 의미를 알리고 있다.

 톈진시정부는 ‘톈진을 통해 근대중국을 조망한다’는 주제로 중국 역사문화도시로서의 도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 이탈리아 거리와 고문화 거리

▲ 톈진아이
우다다오 문화여행구역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탈리아 거리는 과거 톈진시 이탈리아 조계지 일원에 보존됐던 유럽풍 가옥 등 건축물과 도로 등에 기초해 만들어진 문화상업지구다.

 이탈리아 거리의 중심부에서 양옆으로 늘어진 유럽풍 건축물들은 맥주와 서양 음식을 판매하는 카페로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는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거리의 모든 건축물은 밤이 되면 낮 풍경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바로 건물 외벽 곳곳에 위치한 조명 때문인데, 화려하지 않은 주황빛 조명은 유럽풍 건축물의 밝음과 어두움을 강조해 건물의 아름다움을 수십 배 돋보이게 한다.

 톈진시는 수년 전부터 민간과 함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도시 전체에 같은 톤의 조명을 설치했다. 시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해하강 주변의 근대건축물을 비롯해 고층 빌딩 등 현대 건축물에도 조명을 설치해 밤이 되면 도시 전체가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야경의 정점은 해하강 상류 쪽에 위치한 ‘톈진 아이’다. 강 위에 설치된 ‘톈진 아이’는 우리나라의 놀이공원에 있는 일명 ‘허니문 카’와 동일한 것으로, 밤이 되면 원형 모양의 시설에 붉은 조명이 켜지면서 톈진의 눈으로 불리게 됐다.

 도심에 위치한 근대 문화유산을 주변 환경과 조화시키고, 이를 보다 돋보이게 하기 위해 도시에 디자인을 입히는 가치 재창조 정책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 톈진 크루즈항에 관광 목적으로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
톈진시의 이 같은 정책은 도시 경관을 아름답게 만들고, 시민들이 일을 마치면 거리와 강가로 나와 ‘저녁’을 즐길 수 있는 도시로 만들게 됐다.

이탈리아 거리에서 해하강을 건너 조금만 이동하면 고문화 거리가 나온다.

톈진시 난카이구에 위치한 고문화 거리는 중국 전통 공예품 및 고서적 등을 판매하는 100여 개의 상점이 위치한 전통 공예품 거리다. 고문화 문화여행구역이나 이탈리아 거리가 중국 안에서 근대유럽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면, 이곳은 오롯이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장소다.

홍등이 늘어선 넓지 않은 길가에는 양옆으로 갖가지 물건들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거리 구석구석에는 20세기 초반 중국 전통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들이 원형을 보존하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리렌(38)톈진시 발전개혁위원회 부처장은 "톈진은 중국과 서방의 문호가 융합·발전된 도시로서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한 도시 미래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단순히 침략의 역사로 그치는 것이 아닌 시의 도시개발과 맞물려 거시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 크루즈 모항과 자유무역시험구

앞선 두 사례가 건축물 등의 도시경관과 관련된 가치 재창조 사업이라면,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도시 업그레이드 정책도 병행된다.

 톈진시 빈하이신구 동강보세항구 끝자락에는 정박 길이만 1천200m, 총면적 120만㎡에 달하는 크루즈 항구가 있다. 이곳은 중국이 육지와 더불어 유럽 등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기 위한 ‘바다의 비단길(실크로드)’을 잇고자 조성한 항구로 2010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톈진 크루즈항은 18~20시간이 걸려 인천을 오가는 여객선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 약 100회 운행에 6만7천여 명이 이용했으며, 이탈리아나 미국 등 국제 크루즈를 이용한 승객은 43만 명에 이른다.

통상 한 척의 여객선에 승객만 2천~3천 명, 최대 4천에서 4천500여 명이 이용하는 대규모 크루즈가 운항되고 있다. 때문에 여객터미널은 한 번에 수천 명이 이용하는 데 불편이 적도록 40개의 검사구역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합실 길이만도 328m에 달한다.

인천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관광객 유치를 위해 크루즈 전용부두 및 터미널의 운영 방안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이미 상하이(上海)와 더불어 세계 최대 규모의 크루즈항으로 자리잡은 톈진의 운영 노하우를 벤치마킹해야 할 시기다.

▲ 아름답게 빛나는 톈진의 야경.
왕평 톈진 국제크루즈모항유한공사 종합행정주임은 "우리는 톈진항을 통해 북방경제의 중심기지로서 중국의 창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인천도 크루즈항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도시이며, 이를 위해서는 300m 이상의 배가 접안할 수 있는 부두를 최소 3개 이상 보유하는 등 기초시설을 완벽하게 갖추는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외에 톈진 자유무역시험구 공항경제구 유럽무역센터에는 자매도시의 우수 상품을 전시·판매하고, 도시 이미지 홍보 등 통합적 문화 교류를 실시하는 ‘톈진 국제자매도시 우수상품 판매관’을 추진 중에 있다.

 톈진시내에서 13㎞, 베이징에서 113㎞에 위치한 공항경제구는 화북과 동북, 서북의 13개 성·시·자치구와 연결돼 있고, 주변 20분 거리에 4개의 철도화물 운송 터미널도 자리잡고 있다.

 톈진시는 현재 23개 도시와 자매우호 결연을 맺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인천과 인연을 맺고 있다.

 특히 톈진 유럽무역센터는 중국에서 유럽 상품을 취급하는 신형 상업 플랫폼으로, 지하 아케이드의 경우 유럽의 유명 백화점 모습을 그대로 본떠 마치 유럽의 그곳과 매우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수입된 수백만 가지의 상품이 판매되면서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河北)지역에서 각광받는 쇼핑·레저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서수령 유럽무역센터 부사장은 "이곳은 국민들이 직접 유럽에 가지 않아도 현지와 비슷한 가격에 다양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곳으로 휴일에는 약 5만~8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며 "인천시와도 논의가 잘 이뤄져 국제자매도시 우수상품 판매관에서 인천의 다양한 상품과 문화를 알리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중국 톈진=이재훈 기자 ljh@kihoilbo.co.kr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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