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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최근 일본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저널」이 "한국인은 숨 쉬는 것처럼 거짓말을 일삼는다"며 "예전부터 거짓말과 사기행위가 만연했지만, 경제 불황이 심해지면서 사기범죄가 더욱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또한 "2013년에 한국에서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이 3천420명, 무고죄 6천244명, 사기죄 29만1천128명으로 급증했다"며 "이는 일본과 비교하면 66배 더 많은 수치이며, 인구 규모를 감안해 보면 165배 많은 것"이라고 했다.

 특히 사기 피해액은 43조 원에 이르렀으며, 이는 한국이 세계 제일의 사기 대국이자 부패 대국이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많은 뇌물을 받고 있으며, 특히 전두환(재임 1980~88년) 이후의 대통령들은 모두 본인이나 친족에게서 뇌물 또는 부정 축재 혐의가 발각됐다"고 했다. 잡지는 "나라 전체가 거짓말 학습장으로, 대통령 등 영향력이 큰 사회지도층들이 대담하게 거짓말을 한다"고 꼬집었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노골적 반한(反韓)기사에 대해 엄중히 항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그러나 "부끄럽다. 화가 나긴 하지만 사실이 아닌가"라는 반응이 더 많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거짓말 풍조는 매우 심각하다. 한국의 경찰·검찰·법원은 ‘거짓말 경연장’ 안에서 진실을 찾아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거짓말 속에서 지내다 보니 가족의 말조차 의심하게 되는 ‘직업병’에 걸리고, 우울증 등 정신질환까지 갖게 되며,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지난달 19일 서울남부지검 김모(33)검사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유서에는 업무 중압감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일이 너무 많다. 쉬고 싶다", "업무,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고 밀리기만 한다", "그만둔다고 하면 영원히 실패자로 낙인찍혀 살아야겠지. 병원에 가고 싶은데 병원 갈 시간도 없다"는 내용 등등. 유서는 "한 번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잠들고 싶다. 스트레스 안 받고 편안하게…"라는 내용으로 끝을 맺었다고 한다. 정의를 세우겠다는 푸른 꿈을 안고 검사의 직무를 시작했을 젊은 엘리트가 범죄와의 전투 속에서 혹독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사실 검사의 업무량은 대단히 많다. 형사부 소속 검사 한 명이 맡는 사건이 한 달 평균 150~300건(매일 10건 내외)이라고 한다. 요즘에도 롯데, 대우조선 수사 등 사회 각 분야의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밤낮 없이 노고를 기울인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의 노력만으로는 사회악 대처에 한계가 있다. ‘거짓말 배격’을 위해 교육계와 종교계를 포함한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청소부가 밤낮 없이 열심히 일해도 쓰레기 버리는 사람이 많으면 거리는 지저분할 수밖에 없다. 청소부의 과로사 초래 등 사회적 비용도 커진다. 청소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쓰레기 안 버리기를 계몽·교육하는 일에도 힘써야 한다.

 만연해 있는 거짓말 풍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신뢰’야말로 사회질서 유지의 근간이다. 선진국에서는 사회공동체의 신뢰 기반을 해치는 범죄(위증, 무고, 사기, 부정 청탁, 뇌물, 탈세 등)를 매우 엄중하게 처벌한다. 우리나라도 이들 범죄를 살인죄에 준할 만큼 엄중 처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법시스템의 개선은 물론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특히 6월이 되면 떠오르는 거짓말이 있다.

1950년 한국전쟁 직후인 28일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대전으로 피신한 상태에서 ‘북진 중’이라는 거짓 방송을 하고 한강인도교를 폭파했고(700명 내외의 피난민이 졸지에 사망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물고문 사망사건 때에는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거짓말을 했다.

앞으로는 정부가 국민에게 거짓말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우선적으로는 세월호 사건, 법조비리 사건 등을 둘러싼 의혹들이 국민 앞에 거짓 없이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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