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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호 남양주시 자원봉사센터장
우리 주변엔 마음 따뜻한 자원봉사자들이 참 많다.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지역사회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하는 이들이다. 대부분 대가를 바란다거나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물론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자원봉사의 가치는 더욱 값지고 보람찰 것이다.

 삶이 풍요로운 경제적 부자라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왜 자원봉사를 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봉사자들은 나보다 좀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오히려 자신이 힐링이 되고 마음이 편해서 계속하게 된다고 한다. 남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해 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런 자원봉사자를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생각해 본다.

 자원봉사관리 시스템은 행정자치부가 주무부서인 1365 포털과 교육부의 학교자원봉사시스템 NEIS, 보건복지부의 VMS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다양한 부서에서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봉사문화 확산 차원에선 부처별 시스템을 운영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시스템이 하나로 통합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필요한 봉사일감을 찾는 것도, 봉사실적을 관리하는 것도 하나로 통합된다면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초·중·고교 학생들은 연 20시간의 자원봉사를 권장하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봉사문화를 이해하고 솔선해 참여하는 습관을 교육적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성인이 돼 사회활동을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기록·관리된다면 좋을 것 같다.

학생 봉사는 일손의 도움도 중요하나 자원봉사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면 충분할 것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학교별로 선택토록 하고, 시·군 자원봉사센터가 지원해 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시·군 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에 필요한 기능을 교육해 새로운 분야의 자원봉사자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프로그램을 개발,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가 활성화되도록 해 수요자와 연계하면 된다.

 우리 남양주시엔 13만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있다. 아주 열심히 하시는 분도 있고 좀 덜해진 분도 있다고 본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자원봉사 프로그램의 최우선은 자원봉사자도 만족하고 수혜자도 만족하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을 고민하다 ‘찾아가는 경로당 이동봉사단’이라는 결과물이 탄생했다. 경로당 어르신들이 화투나 TV 시청으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찾아가는 경로당 이동봉사는 이·미용과 손마사지, 얼굴팩, 건강체조 등 4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기존에 자격증을 갖고 봉사하는 분들과 새로 교육을 통해 기능을 얻게 된 분 등 전문 봉사단이 월 2회 경로당을 직접 찾는다. 처음 반응은 별로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르신들의 반응이 상상 이상으로 폭발적이었다.

 손마사지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신다. 노래를 하며 건강체조를 하며 어르신들의 얼굴엔 어느새 환한 꽃이 피어난다. 봉사자들도 덩달아 신이 나 봉사할 맛(?) 난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봉사자들은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것이 보통 서민들의 삶이며, 의미 있는 인생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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