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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최근 잇달아 언론에 보도된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문제, 닛산 캐시카이 문제, 미세먼지 문제 등 국민적 관심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향후의 진행사항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후폭풍도 거센 형국이다.

 여기서 항상 등장하는 대상이 바로 소비자다. 소비자가 피해의 대상자이면서도 철저히 외면받아 왔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문제도 9개월째 진행되고 있으나 리콜은 아직 발표도 하지 않고, 소비자 보상은커녕 개별적 소송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같은 사안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 등은 보상 합의나 성의 있는 진행에 비해 우리는 완전히 푸대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저공해 자동차로 구입한 디젤승용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디젤차에 대한 규제는 점차 가속화될 전망이다. 10년 만에 구입한 새로운 승용디젤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전락하면서 소비자의 몫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한 술 더 떠서 주범인 폭스바겐에 리콜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도리어 소비자가 리콜을 받지 않으면 운행정지까지 한다고 겁주고 있다. 리콜 비용이 포함된 신차를 정식으로 구입한 소비자는 그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정부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연비와 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데 리콜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여기에 미세먼지의 확실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디젤차는 마녀사냥식 주범이 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자동차 소비자는 봉이 되고 마루타가 된 지 오래다. 징벌적 보상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신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몇 번이고 정비센터에서 수시로 정비를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 경우 소비자의 정신적 피해나 시간적 피해는 물론이고, 자주 받는 정비로 인한 중고차 값 하락 등 모든 책임을 소비자가 져야 한다.

 수십 년간 문제가 되고 있는 자동차 급발진은 운전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하는 구조여서 미국과 달리 100% 패소하고 있다. 모든 결과는 운전자의 실수라고 판정하면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도 많은 형국이다. 당연히 책임 소재를 밝힐 수 있는 장치 개발도 끝난 상태이나 정부나 메이커 어느 누구도 도입하고 있지 않다. 메이커는 물론이고 정부도 소비자에게 계속 불리한 법적·제도적 책임을 누적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자동차 관련 시민단체는 어떠한 일이 진행되는지, 어떠한 상황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방관하고 있다. 검증을 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편협된 제도 구축의 경우도 막지 못하고 있는 일방적인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제 수입차 업계에서 한국 법대로 하라, 소송 시 길게 끌어 대법원까지 가라는 식의 움직임은 식상할 정도다.

 올해 초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자동차 배상 및 환불에 대한 제도 구축은 아직 보이지도 않고 있다. 한국형 레몬법 구축이라는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했으나 현재는 상황이 전혀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 아이러니할 정도다. 메이커의 대상은 소비자이고 정부도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소비자가 ‘을’이 된 지 오래다. 정상적인 지불을 다 한 소비자가 보상은커녕 관련 없는 책임까지 떠안고 있다.

 우선 정부가 나서서 소비자를 보호하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문제를 일으킨 메이커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한국형 징벌적 보상제를 일부라도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시민단체의 역할도 중요한 시기다. 시민단체는 정부나 메이커에 정당한 압력을 가하고 하루속히 소비자 중심으로 법적·제도적 기반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은 정부의 문제점과 한계를 제시하고, 가장 최적의 대안 마련이 가능하도록 더욱 매진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함께 한다는 자세로 여러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것이다. 즉, 기존의 산업체·기업체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 갈 수 있는 제도적 구축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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