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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천발전연구원이 시청 이전에 대한 보고서를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시청 이전 논란인데, 나름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론을 내렸다. 여기저기 이해관계자들과 정치적 요구가 많은 사안이다 보니 연구자들의 마음고생도 심했을 것이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시청을 이전하려면 많은 사항들이 고려돼야 한다. 우선 현재의 시청이 일을 못 할 정도로 좁고 복잡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즉, 이전을 꼭 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한 답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시청으로도 인천시의 업무가 마비된다거나 민원인들이 청사가 좁아서 어려움을 느낀다거나 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몇몇 부서들이 본청 청사에 있지 못하고 송도 또는 다른 지역의 건물들에 분산돼 있을 뿐이다.

 인천이 경기도처럼 지역적으로 넓어서 본청까지 방문하는 것이 아주 어려운 것도 아니고, 강화도나 옹진군의 섬에 부서들이 산재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밖에 나가 있는 부서의 직원들도 차가 막히는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1시간 안에 본청까지 도착할 수 있다.

 또한 요즘 업무는 상당 부분 전자결재로 이뤄지고, 세계 최고의 통신수단이 설치되고 운영되는 국가이기 때문에 긴급한 소통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좋은 조직일수록 불필요한 대면보고는 줄어들어야 하고, 책임과 권한이 하부로 이전돼 상관을 만날 일이 줄어들어야 한다. 조직의 효율성을 높인다면 업무시간이나 장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인천시 소유 또는 관리 아래 있는 건물들이 아직도 많다. 구월동 청사 외에 송도는 물론이고 도화동 등 유효 업무공간이 충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공간들을 비워 두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것이 효율적인 행정이고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인천시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다.

 현 시장이 인천시의 부채를 감축했다고 하지만, 액면 그대로 그 주장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인천시 부채는 아직도 11조2천억 원이 넘는다. 아시안게임 이후 지출이 조금 감소하고, 송도 땅 팔아서 부채 약간 줄인 것으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시청 이전은 부채를 줄이기는커녕 더 늘리겠다는 주장이다. 현재의 인천시 청사를 매각하면 큰 재정이 투입되지 않는다는 것도 빈약한 주장이다. 위치가 아주 좋은 한전을 제외하고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 국가기관들이 건물 매각에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를 보면 안다. 결국 싸게 팔아야 한다.

 인천시가 시청 이전 문제를 슬쩍 들추니 모든 지역들이 우리 지역으로 시청이 이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름 모두 다 타당한 논리가 있다. 심지어 옹진군 백령도나 연평도는 왜 불가능하겠는가. 접경지역이고 낙후된 지역이니 인천의 가장 대표적인 행정관청인 인천시 청사가 와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강화도는 또 어떤가. 남구는 왜 인천의 중심이 아니고, 중구는 이름부터도 중구다. 원래 인천의 시작점이었고 중심이었다. 이런 지역들의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청이 이전되면 호재가 될 것이다.

 시청 이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자체가 문제였다. 벌집을 쑤신 꼴이 됐다. 인천시정도 일종의 정치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은 쟁점은 내부적으로 더 많이 고민했어야 한다. 인천시도 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시청 이전 논란을 자꾸 키워 가는 것은 지역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인천을 정치적으로 사분오열시키자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인천은 시청 이전말고도 모든 정치인들과 시민들이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게 너무나 많다. 당장 어민들의 생계가 달린 중국 어선 불법 조업은 물론이고, 인천의 암처럼 존재하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문제,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도로 건설비를 모두 부담하고도 설계조차 못하고 있는 제3연륙교, 수많은 발전소 등 환경문제, 경인고속도로와 경인전철로 인한 지역 분단의 해소 등 헤아리기도 힘들 지경이다. 그리고 인천의 미래를 밝히려면 부당한 수도권 규제부터 완화해야 한다.

 지역의 정치인들이 자기 지역의 이익에 매몰된 주장으로 다른 지역과의 갈등을 양산하기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방향으로 문제들을 풀기 바란다. 시청 이전의 문제는 인천시의 부채비율이 최소한 100% 이하로 떨어지고, 현 청사가 비좁아서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어느 정도 가시화될 때 다시 공론화해도 늦지 않다. 건물이 비좁아서 일을 못 할 상황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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