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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사회부장
세상일이 꼬이려면 얼마든지 꼬이기야 하겠지만 이 정도로 꼬인다면이야 숫제 ‘우리 사회의 불행’이라고 해야 옳을 듯하다. 눈을 씻고봐도 양보는 한 치도 없다. 타협이라고는 터럭 한 올도 찾아볼 길 없다. 인간사 알 바 아닌 저어새에 덤터기를 씌우며 꿈쩍 않고 있다. 풀지 않으려는 그 무능은 이제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꼬일 대로 꼬인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승기하수종말처리장 이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얼마 전 인천시는 ‘남동유수지 친수공간 조성사업’과 관련해 남동구에 의견을 물었다.

 남동제1유수지(61만6천328㎡) 안에 인공섬을 하나 더 만들어 저어새 서식지를 조성하자는 제안이었다.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저어새는 지구상에 2천400여 마리만 존재하는 희귀종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였다.

 남동제1유수지 안에는 1992년 준공 당시 조성된 기존 인공섬이 있다. 바닥 면적이 490㎡(상부면적 460㎡)밖에 안 돼 많게는 400마리 정도의 저어새가 살고 새끼를 키우기에는 비좁은 형편이다. 최근에는 갈매기와 가마우지까지 둥지를 틀어 서로 자리 다툼이 치열하다.

 남동구는 새 인공섬 조성에 내키지 않은 의사를 내비쳤다. 인공섬을 새로 조성할 경우 유수지의 담수 용량이 줄어 집중호우 때 침수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유수지 안에 퇴적토가 57만t이나 쌓여 전체 저류량(3천748t)의 15%를 갉아먹고 있는데다가 배수 펌수 15대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마당에 저류량을 떨어뜨리는 인공섬 조성은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사실 새로 강구되고 있는 인공섬의 규모는 바닥 면적이 903㎡(상부면적 127㎡)로 제1유수지 전체 규모 0.146%에 지나지 않는다. 인공섬을 만들더라도 수위(기준 4m)는 2㎜밖에 높아지지 않는다 게 시 측의 분석이다. 유수지 바닥에 쌓인 퇴적토를 긁어내 인공섬을 조성할 경우 사실상 수위변화는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국제사회는 ‘저어새 보호를 나몰라’하는 인천에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남동구의 딴지 이면에는 다른 속셈이 깔려 있다. 남동제1유수지는 아예 건드릴 생각을 말라는 우회적 표현이다. 이전을 포함해 시설 개선을 앞두고 있는 연수구 동춘동 승기하수종말처리장을 염두한 벼랑 끝 전술이다.

 시는 승기하수처리장의 이전 대상지로 남동제1유수지를 물색하고 남동구와 협의를 해왔다. 1991년 지어진 승기하수처리장(처리용향 27만5천t)은 어떤 식으로든 시설개선을 해야 할 형편이다.

 그 대안 중의 하나가 승기하수처리장을 남동유수지 위쪽에 새로 짓고, 지금의 자리를 용도 변경해 도시개발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럴 경우 도시개발을 통한 수익금으로 새 하수처리장을 짓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남동구는 극구 반대하고 있다. 내 집 앞에 하수처리장은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인까지 끼어 들어 반대여론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승기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는 하수는 연수구 지역이 51%, 남구가 22%다. 나머지 27%는 남동구 지역에서 나오는 오폐수다. 남동인더스파크의 악성폐수를 포함한 남동구의 오폐수는 승기하수처리장 유입수의 총질소(T-N)농도를 높이는 주범으로 작동하고 있다.

 2013년 민자사업(BTL)으로 벌인 하수관거정비사업(사업비 890억 원)으로 남동구 지역 정화조 1천여 개를 없애면서 생분뇨 수준인 고농도(1천~2천㎎) 질소 성분이 승기하수처리장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승기하수처리장의 악취 민원의 진앙지가 남동구인 셈이다. 승기하수처리장 이전을 놓고 남동구는 떼쓸 일이 아니다.

 ‘해변(解辯)’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사 풀지 못할 일은 없다는 뜻이다. 풀리지 않는 것은 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그물에서 남동구는 빠져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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