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jpg
▲ 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영국의 EU탈퇴가 국민투표로 가결되면서 후폭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부결을 예상하다가 결과가 반대로 나오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문제는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로까지 그 여파가 파급이 될 때 가뜩이나 저성장과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의 원인은 무엇인가? 브렉시트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그리고 아시아의 지역통합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선 브렉시트는 미국의 트럼프 현상과 마찬가지로 서구 문명과 자본주의의 문제점 및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19세기 이래 서구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첨단에서 자본과 노동력 등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을 배경으로 인류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성공한 영국과 미국은 21세기 들어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무한 경쟁을 수단으로 무한한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가 간 빈부 격차 및 한 국가 내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만연으로 실업률 증가, 주민들의 삶의 질 및 행복지수 하락 등 내적 모순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특히 중동의 내전과 테러로 촉발된 난민 급증과 이들의 유럽과 북미 선진국으로의 대규모 유입이 이번 브렉시트의 직접적 요인 중 하나이다. 본질적으로 글로벌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수술과 대안 체제의 구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또한 이번 브렉시트 과정에서 보여준 영국 정치인의 포퓰리스트적인 선동정치와 기회주의적 무책임성은 우리에게 타산지석 감이다. 영국은 1950년대 초 슈망선언에 의해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출범해 유럽연합의 대장정을 시작했을 때 참여치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그러다 60년대 들어와 유럽 경제의 회복과 경제통합의 성공적 추진을 보면서 뒤 늦게 가입을 신청했다가 프랑스 드골의 반대로 70년대에 들어와 가입할 수 있었다. 영국은 유로존에도 끝내 가입을 안 하고 있다가 이번 브렉시트로 결국 유럽연합과 이혼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과거 대영제국의 향수도 있고 대서양 건너 미국과의 관계를 유럽대륙과의 관계보다 중요시 하는 전통 등으로 항상 유럽과는 일정 거리를 두려는 의식이 뿌리 깊이 있었다. 이번 결정으로 중장기적으로 유럽과 영국 모두 패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이 이번 사태로 극심해진 국론 분열을 수습하고 새로운 비전 아래 영국을 도약하게 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있을 것 같지 않다. EU도 이번 사태를 기회로 삼아 기존의 EU체제에 대한 대수술을 하지 않으면 또 다른 탈퇴국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외형만 커진 EU보다 조금 작지만 내실 있고 단결된 유럽을 만들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아시아의 지역통합을 추진하는 전략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견 EU의 위기를 보면서 아시아 지역통합 무용론이나 불가론이 나올 수도 있다. 아시아지역통합 또는 아시아공동체는 유럽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때문에 어쩌면 이번 EU위기는 그 교훈을 잘만 배우고 새기면 아시아에 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우선 지역통합 추진이 국내정치에 볼모가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탈퇴가 쉽지도 않고 거기에 따른 비용이 크다는 점을 가입조건에 명확히 할 수 있다.

 유로존 위기에서 보듯이 그리스처럼 가입 여건이 안 된 국가를 정치적인 고려로 가입을 허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주권이양을 핵심요소로 하는 유럽식 통합 모델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 볼 수 있다.

아시아의 경우 아직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지 오래지 않은 신생 개도국들이 많은 점을 고려 할 때 아시아식 지역통합은 주권이양보다는 정책 공조와 개발협력에 치중하고 역내 부국이 빈국을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을 통한 상생 메커니즘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지역통합 모델의 모색이 긴요해 보인다.

 이번 사태는 영원한 강국과 선진국은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준다. 과거 대영제국의 영광을 가진 영국이 세계인의 질타를 받는 고립주의적이고 퇴영적인 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와 아시아가 진정 21세기 세계를 주도할 새로운 비전과 지역통합 모델을 제시할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내다보고 진정한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들이 나와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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