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한창 휴식을 즐기고 있을 주말, 시흥시민들은 시청을 찾는다. 무엇 때문일까 궁금하다. 바로 시흥시의 ‘시흥아카데미’ 때문이다. 도심 속 녹지공간 조성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백년정원학교’, 시민 참여형 공원 관리 인적 자원 양성을 위한 ‘배곧숲학교’, 지역의 소중한 생태자원인 갯골생태공원 보호·관리를 위한 ‘갯골습지학교’, 건강한 지역사회 형성을 위한 ‘백세건강학교’, 도시농업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양봉학교’와 ‘허준약초학교’, 지역 소식을 발굴하고 생산하는 시민 필진 양성을 위한 ‘모내기글방’까지…. 시민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가 여기에 담겨 있다. 시흥아카데미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 갯골습지학교

# 47개 학교 운영, 1천234명의 시민 리더를 배출하다

‘참여’와 ‘분권’은 민선4기부터 6기를 잇는 시흥시의 ‘시정 화두’다. 시는 이를 내세워 오랜 기간 주민자치가 시민 삶에 깊이 뿌리내리도록 노력해 왔다. 주민 스스로가 자신이 사는 지역의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시 행정은 시정의 주인인 시민이 주인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섬기고자 다양한 도전과 실험을 해 온 것이다. 그 중 시흥아카데미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체험하는 지방자치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건강도시학교
실제로 시흥아카데미에서는 시민, 공무원, 전문가가 모여 학습을 통해 정책의 기획 단계부터 실행, 모니터링까지 함께 연구하고 있다. 그 결과 시민들은 지역의 리더로 활동하며 시흥시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고, 지역을 성장시키는 데 중심이 되고 있다. 2012년 10월 ‘보편적 복지’를 주제로 한 스웨덴학교를 시작으로, 2016년 7월 현재까지 47개의 학교를 운영해 그동안 1천234명의 시민 리더를 배출했다.

강의는 주로 이론과 현장학습을 병행한 테마 강의와 사회적 경제 내용을 반영한 교육과정으로 설계돼 있다. 한 학교당 주 1회 10~15강 과정의 커리큘럼으로 구성된다. 이때 분야별 학교의 내용은 기존의 관행처럼 시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온·오프라인 공모와 사회 트렌드 및 시정 이슈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주제를 공모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변하고 날로 다양해지는 시민사회의 필요를 반영해 결정하고 있다.

▲ 온돌학교

# 시민에 의한 시정 협력 네트워크

시흥시는 ▶목적성(시민 자치 역량 강화, 도시브랜드 제고) ▶공개성(온라인) ▶가치성(도시브랜드 가치 향상) ▶전문성(권위자 및 전문성 확보) ▶지역 현안성(시민 삶의 질 향상) ▶문제 해결성(실질적 문제 해결 능력 함양) 등을 고려해 학교를 선정하고 있다. 그 다음 특정 분야의 학교를 개설·운영하는 것으로 확정되면 전문가인 학교장이 수강생의 의견을 반영해 주도적으로 강의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시흥시는 자율적인 학교 운영을 위한 제반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지원한다.


이때 공개 모집으로 진행되는 수강생 선발은 선착순이 아닌 면접을 통해 시흥아카데미의 취지 및 목적에 부합하는 수강생들을 선별한다. 이러한 선발 방식의 차별성 때문에 시흥아카데미 수강생들의 책임성과 참여도가 상당히 높다. 이는 백년정원 배움터와 행복한 동행, 시흥산림경영협동조합, 시흥양봉협동조합, 시흥약초협동조합 등 수료생들의 자발적 의지로 9개의 시민 연구모임과 동아리, 3개의 협동조합 결성으로 이어져 시민 리더들이 각 분야에서 지속적인 시정 협력 네트워크로써 풀뿌리 지방자치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 허준약초학교

# 시흥아카데미 온라인 강의, 유튜브 조회 수 42만1천467회 기록 경신

47개의 학교 중 ‘백년정원학교’는 정원이 세대 간, 이웃 간 소통을 확대하는 매개체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수강 중 게릴라 가드닝 사업 16곳, 소정원 가로수 전지·전정 작업 5회 등을 실습해 도심 속 녹지의 중요성과 도시정원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크게 일조했다.

‘갯골습지학교’는 생태환경 및 자원 보존을 위한 실천 사업이다. 수강생들은 이 수업을 들으며 생태계 모니터링 96회, 갯골 탐방 견학 235회 5천 명, 갯골 환경정화활동 16회, 시흥갯골축제 지원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이 외에도 배곧숲학교의 시민정원사들이 배곧신도시 생명공원 내 시민참여공원 설계 시공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수업에 의한 시민 리더 육성은 한정된 지역 자원을 극대화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춘 도시를 만들어 가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시흥아카데미의 모든 강의는 온라인에서도 들을 수 있다. 시흥시는 자체 방송 시스템을 활용해 모든 강의를 고화질로 촬영 및 제작해 영상으로 기록된 강의를 유튜브 및 시흥아카데미 홈페이지(www.siheung.go.kr/academy)에서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6월 시흥아카데미 온라인 강의의 유튜브 조회 수가 42만1천4672회 기록을 경신해 우수한 콘텐츠임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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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우정욱 시흥아카데미 기획처장

-시흥아카데미는 시흥시의 어떤 시정 철학으로 구상됐나.

▶지방정부가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자치권 강화’, ‘특색 있는 지역 개발’, ‘시민의 삶의 질 제고’라는 고유의 기능과 사무를 수행해야 한다. 시흥아카데미는 이를 위한 가치를 발굴하고, 그 가치를 모내기해 잘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시흥아카데미를 통해 시민의 꿈을 응원하고 지역 기업을 육성하는 것, 나아가 도시 브랜드와 도시 경쟁력을 강화해 가는 것이 대학 그 이상의 대학, 시흥아카데미의 최종 목표다.

-수료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거나 자치보감이 유튜브 조회 수 42만1천467회를 기록하는 등 파급 효과가 큰데.

▶시흥아카데미는 오프라인 강의를 통한 실제 수강생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42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수업을 들었으니 그 확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가끔 시민들이 와서 온라인으로 봤다고 하는 것을 보면 신기할 때가 있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시흥아카데미에 참여한 시민이 지역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는 단계를 넘어 시정의 주체로서 지역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흥아카데미는 시민과 함께 연구하는 성공적인 거버넌스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

▶아카데미가 처음 시작할 때 목적은 소통의 매개체, 시정 참여 확대, 자치 역량 강화, 지속가능한 정책 생산, 파트너십 구축 다섯 가지였고, 앞으로도 이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앞으로는 시민 자치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둔 학사 운영 시스템을 적용해 시흥아카데미의 브랜드 가치를 격상시키고, 수요자 중심의 아카데미로 확대 발전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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