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쇼핑몰과 아웃렛 등으로 ‘인천의 동대문시장’이라 불리던 부평지하상가 상점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있기 마련이다. 부평지하상가에 젊은 청년들이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이 젊은이들의 ‘창업’ 창작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열풍은 부평지하상가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부평구의 ‘제3기 청년문화상점 부평로타리마켓’을 통해 자신만의 상점을 창업한 20대 청년들이 그들이다. 대기업, 공기업 등을 목표로 취업이 아닌 자신들만의 꿈을 키워 가고 있다. 열정으로 삶을 설계하는 청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 부평지하상가 실버 액세서리 전문점 ‘루프리텔캄’ 이다은(22)대표

‘루프리텔캄(Roopretelcham)’은 모든 것을 이뤄지게 한다는 뜻의 고대 주술사들의 주문이다. 이 주문은 부평지하상가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실버 액세서리(공예품) 전문점’의 상호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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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이다은(22)대표가 지난해 11월 부평구의 ‘제3기 청년문화상점 부평로타리마켓’의 도움을 받아 창업한 조그마한 상점이다.

이 대표는 반지·팔찌 등 액세서리를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어 판다. 전문가가 아닌 손님들이 직접 디자인을 주문해 특별하고 독특한 자기만의 액세서리를 갖게 만들어 준다. 귀금속 공예에 푹 빠져 있는 이 대표도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귀금속 공예에 대한 꿈을 키웠다"며 "아버지 사업 차 미얀마를 갔다가 길에서 은을 세공해 파는 모습에 반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학교까지 서울에 살다 귀금속 공예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인천에 있는 ‘한국주얼리고등학교’(옛 인천한진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꿈을 이루고 싶어서다. 그는 지난 2월 부천대학교 ‘주얼리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귀금속가공기능사는 물론 보석감정사 등의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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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회 경험도 없던 제가 창업을 한다는 게 겁이 났다"며 "그렇지만 20대만 보여 줄 수 있는 열정과 아이템으로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창업을 시작하며 ‘즐기고 노는 20대의 특권’을 내려놓고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발 나아갔다. 그는 점포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셀프 인테리어를 거쳐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마침 부평구에서는 문화의거리에서 ‘프리마켓’(자유시장) 사업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이 기회를 이용해 주말마다 문화의거리를 찾는 이들에게 홍보활동을 이어 나갔다. 인천중소기업청과 부평구에서 홍보비용을 지원한 ‘2016 센텍 메가쇼’에도 참가한 그는 두 달간 혼자 작업한 제품 300여 개를 여행용 가방에 담아 행사에 갔다. 대학 축제 때도 노상에서 팔았던 경험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프리마켓 등을 통해 여태 만들어 놓은 제품이 다 팔렸다"며 "수익을 번 것보다 자신감을 얻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큰 욕심을 내기보다는 나를 위해 힘들더라도 혼자 헤쳐 나가고 싶다"고 한 이 대표는 직접 만드는 액세서리라는 것을 고집한다. 제품 주문이 들어오는 날은 서울 종로와 남대문에 직접 가 그날 시세의 은을 구입해 제작한다.

그는 처음 터를 잡은 부평지하상가에서 점포를 늘려 공방 작업실 등을 운영해 많은 사람들에게 공예품에 대한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 개인 맞춤형 클렌즈 주스(해독 주스) 판매점 ‘허니 주스’ 장은주(29)대표

"클렌즈 주스는 우리 몸의 체내 독소를 빼주고 다이어트도 시켜주는 건강식품이에요." 부평지하상가 ‘로타리마켓 청년 상점 허니 주스’로 지난해 11월 입점한 장은주(29)씨는 아직 ‘사장’이라는 말이 어색하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즐겁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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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관심 있고 취미로만 만들어 먹던 해독 주스로 창업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장 대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왔다. 평소 장이 좋지 않았던 그는 3∼4년 전부터 유행했던 클렌즈 주스를 직접 만들어 먹었다. 자신이 느낀 효과도 좋았고, 주변에 체력이 약한 친구들에게도 만들어 줬더니 호응이 좋았다. 그는 자신만의 레시피까지 연구해 만들기도 했다.

 그러던 중 부평구에서 청년 창업을 지원한다는 것을 본 장 대표는 "정말 자신은 없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 번 해 보자"는 생각과 "국비가 지원된다는 사실에 더없는 기회"라는 생각에 도전했다.

 개인적인 경험이 창업의 원동력이 됐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허니 주스’만의 클렌즈 주스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채소와 과일 등 유기농 제품을 구입하는 과정부터 가격 설정까지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할 수 없었다.

 그는 "농수산물시장이며 전통시장 등지에서 신선한 재료를 찾는 게 어려웠다"며 "대량으로만 판매해서 재고도 많이 쌓이게 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이제야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는 앞으로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이 있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창업 초기에 수입·지출 비용을 정해 놓지 않아 마이너스가 될 때도 있었다"며 "미리 계획을 세우고 기록을 해 놓는 것이 좋은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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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는 주말마다 부평문화의거리 ‘프리마켓’ 행사를 하면서 새로운 레시피도 개발하는 중이다. 젊은층과 노인층을 구분해 선호하는 과일과 채소를 기록하고 개발해 놓았다. 각 연령대와 성별까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틈새를 이용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지금은 많은 매출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장 대표는 "어르신들이 가끔 찾을 때 과일과 채소 선호도를 미리 파악하고,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어 드린다"며 "이제는 전화로 주문까지 하시는 할머니도 있다"며 만족했다. 그는 "하루 한 잔으로 간편하게 내 몸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클렌즈 주스로 건강을 지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부평로타리상점을 본점으로 전국적으로 내가 만든 레시피의 주스가 판매되는 것이 꿈이다"라고 말을 맺으며 포부를 전했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사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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