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法)은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고? -法不阿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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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法)은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고? -法不阿貴?-
원현린 주필
  • 기호일보
  • 승인 2016.07.25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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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현린 주필
며칠 전부터 아침마다 집 앞 소나무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잠을 깨곤 한다. 언젠가 경복궁을 다녀와 써 보았던 ‘매미 오덕(五德)’이라는 제하의 글이 떠오른다. 당시의 글 내용 일부를 인용해본다.

 - 매미는 수년간을 땅 속에서 지내다가 세상에 나와 여름 한 철 울고 가는 곤충이다. 매미는 집이 없다. 먹이도 많이 먹지 않는다. 그저 아침 이슬 몇 방울이면 족하다. 그러니 재물을 모을 필요도 없다. 매미는 이렇듯 청빈한 삶을 살다가 간다.

 옛 사람들은 매미에게 5덕(德)이 있다 했다. 그것은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이다. 첫째, 머리 모양이 선비가 쓰는 관(冠)을 닮았으니 文德을 갖췄다. 둘째, 이슬만 먹고 사니 淸德을 지녔다. 셋째, 메뚜기 등과 달리 농부들이 가꾼 곡식과 채소를 해치지 않으니 廉德이 있다. 넷째, 온갖 들짐승과 날짐승, 곤충 등 모든 생명체들이 땅굴이던 나무 위의 둥지이던 간에 들어 살 집이 있는 것과는 달리 매미는 집을 짓지 않으므로 儉德이 있다. 다섯째, 철 맞춰 왔다가 서리가 내리는 가을이 오면 때를 보아 떠날 줄을 아니 信德을 갖추고 있다.

 이렇듯 매미는 청빈과 고고함의 상징이다. 눈만 뜨면 터지는 사건이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비리 사건이다. 인간 세상에 사는데 오피스텔 백여 개에 수백억도 모자라하는 인간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엄청난 재력을 소지한 고위공직자들이 이 땅에 정의를 구현한다고 하고 있다. 어제 아침에도 매미가 울었다. 청아한 매미 울음소리에 여느 때보다 더욱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고려조 나옹(懶翁)화상은 그의 시, ‘警世(경세)’에서 "평생토록 일에 빠져 홍진세상 헤매느라, 백발이 다 되도록 늙는 줄도 몰랐다네. 명예와 부는 재앙을 부르는 무서운 불길, 옛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불길에 타 죽었는가.- 終世役役走紅塵(종세역역주홍진), 頭白焉知老此身(두백언지노차신). 名利禍門爲猛火(명리화문위맹화), 古今燒盡幾千人(고금소진기천인)"이라고 해 세상 사람들을 깨우치려 했다.

 최근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세칭 한 ‘주식검사장’의 불법행위를 놓고 "한없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엄벌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모두가 공허한 외침들이다. 세간을 뒤흔드는 고위공직비리가 터질 때마다 당국은 으레 그렇듯이 그때마다 준비된 판에 박힌 변만 늘어놓곤 한다. 달라지는 것이 없다. 게다가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의 각종 부적절한 축재 의혹이 터지자 국정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정의 구현을 사명으로 한다는 검찰이다. 솔선수범해야 할 인사들이 불법 탈법을 앞다퉈 저지르곤 한다. 의심받는 것만으로도 이미 자격상실이다. 고위공직자들에게 있어 작은 흠결도 용납돼선 안 된다.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인들만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그릇된 것을 바로잡아야 할 직책에 있는 인사들의 부정이 극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주장하는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전담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을 여권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일찍이 누구보다 법치를 강조한 한비자(韓非子)다. 그는 그 유명한 "법은 귀한 사람이라고 봐주지 않는 것이니, 먹줄은 굽음이 없는 것과 같다. - 法不阿貴(법불아귀), 繩不撓曲(승불요곡)"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어 그는 "법이 행해지는 데에 있어서는 지혜 있는 자라도 마다할 수 없고, 용맹한 자라도 감히 다툴 수 없다. 죄과를 처벌하는데 있어서는 대신들도 피하지 아니하고, 착한 자를 시상하는데 있어서는 신분이 낮은 사람도 빠뜨리지 않는다. 고로 상위에 있는 자의 과실을 바로잡아 주고 하민의 사악을 꾸짖어 주며 어지러움을 다스리고 그릇됨을 결단해 주며 법외(法外)를 물리치고 올바르지 못함을 가지런히 해준다. 그리하여 백성들의 표준을 통일하는 것으로 법보다 좋은 것은 없다. 관리들을 엄히 단속하고 백성들을 위압해 사악을 물리치고 거짓을 멎게하는 데에는 형벌보다 좋은 것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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