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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동북아교육문화진흥원장
우리는 흔히 ‘세월은 가고 오는 것’이라는 표현을 쓴다. 과거의 한순간이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현재에 연결되며, 미래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는 함의(含意)를 갖고 있는 말이기에 분단 상황에 처해있는 우리로서는 결코 무심코 스쳐 버릴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이 말은 ‘김 씨 일가의 왕조’를 만들었던 김일성이 불귀의 객으로 된 지도 벌써 2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간 지금, 새삼 피부에 와 닿는 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의 영혼은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그의 육체는 아직까지도 싸늘한 미이라로 화해 금수산태양궁전에 그의 아들 김정일과 함께 누워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김일성의 화신(化身)’임을 자처하는 손자 ‘김정은’이 대를 이어 북한을 지배하고 있으니, 이 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 보여진다.

 지난 5월 36년 만에 개최한 제7차 노동당대회, 그리고 지난달의 제13기 제4차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당 위원장, 국무위원장’ 등의 직책을 추가한 김정은이 집권 이래 펼치고 있는 대내외 정책은 과거와 별반 다를 점이 없는 ‘그 나물에 그 밥’과 같은 특성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김정은 정권이 최근에는 한-미의 사드(THAAD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적반하장(賊反荷杖)과 같은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 있어 과거 김일성-김정일 정권을 연상케 하고 있다.

 즉 김일성은 ‘청와대 습격사건(일명 1·21사태), KAL기 폭파사건’ 등을, 그리고 김정일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포격도발’ 등을 자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의 ‘닭 잡아먹고 오리발을 내미는 격’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내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김정은도 ‘사드배치’가 왜, 무엇 때문에 결정된 것인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기 전에, 아니 어떤 면에서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이는 귀중한 우리의 강토를 대국들의 대결장으로 만들고, 외세의 손에 겨레의 운명이 난도질당하도록 내맡기는 천인공노할 만행"이라는 원색적 비난과 함께 "매국매족의 대가를 가장 혹독하게, 가장 처절하게 치르게 될 것"이라는 위협·공갈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김정은 정권의 행태는 김일성이 살아있을 당시 ‘살아있는 인민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이를 애써 외면하면서 죽은 자인 ‘김일성, 김정일의 사체(死體)’를 보존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으며, 심지어는 이들의 우상화, 신격화를 위해 동상이나 말씀판, 영생탑과 같은 정치 선전물 건립에 거의 미친 듯이 인민들을 내몰고 있는 것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특히 김정은은 ‘선대 수령의 유훈’이라는 구실을 내세우는 가운데 ‘비핵화’를 강조하면서도 지속적인 핵 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까지 함으로써 인민들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

 이는 김정일이 ‘선군정치과 무리한 핵개발’을 시도한 것이 ‘고난의 행군’을 불러왔고, 겉으로는 "북남 관계 개선과 민족대단결"을 부르짖으면서도 지속적인 대남 도발을 자행해 왔던 것처럼 김정은 역시 북한 인민 모두와 우리민족 전체에게 똑같은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결국 김정은은 집권 5년 동안 김일성-김정일이 해왔던 것처럼 인민들을 속이고 그 등을 타고 앉아 자신들끼리만의 호화파티를 즐기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으니, 그 앞날이 결코 순탄치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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