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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사회부장
인천 주권 시대. 유정복 인천시장의 남은 2년 임기의 시정운영 방향이다. ‘민생’과 ‘교통’, ‘해양’, ‘환경’ 등 주권 찾기의 분야별 과제도 내놓았다. 밑으로부터 변혁의 바람을 일으켜 인천만의 자주성을 회복하자는 의미일 게다. 인천의 가치재창조와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가고 싶은 인천, 살고 싶은 인천을 만들겠다’는 유 시장의 선언은 인천의 자존감을 추켜세우겠다는 말로 읽힌다.

 더 이상 떠나고 싶은 도시, 피하고 싶은 도시의 굴레를 깨뜨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듯싶다.

 유 시장은 인천 출신 최초의 민선 시장이다. 나고 자란 터라 일찍부터 인천을 봐 왔다. 그 만큼 인천을 잘 알 것이다. 인천에 대한 애정의 깊이도 남다를 게다. 그런 유 시장이기에 그가 천명한 ‘인천 주권론’에 무게감이 더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마지막 주말이었다. 착공한 지 근 10년 만에 인천도시철도2호선이 개통됐다. 인천시민에게 감격스러운 하루였다. 말 그대로 또 하나의 교통주권을 찾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인천시민에게 도시철도2호선의 의미는 단순한 교통수단 그 이상이다. 인천시가 재정위기의 늪에 빠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개통 시기를 2년이나 늦춘 것이 도시철도2호선이다. 여기에는 인천시민의 아픔이 배어 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2007년 착공한 도시철도2호선을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최에 맞춰 개통하기로 했다. 그때만해도 중앙정부는 인천도시철도2호선의 조기 개통을 반대했다.

 2018년에 개통키로 계획한 인천도시철도2호선의 개통 시기를 4년이나 앞당기면 국가 재정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중앙정부는 인천도시철도2호선 총사업비(2조1천644억 원)중 60%를 지원하기로 했던 탓이다.

 인천시는 도시철도2호선 조기 개통을 위해 중앙정부에 조건을 내걸었다. 총사업비 중 시가 부담해야 할 40%(8천657억 원)를 선투입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매칭에 따라 연차적으로 인천도시철도2호선의 사업비를 꼬박꼬박 지원해야 했던 중앙정부로서는 건설비를 나중에 지원해도 된다니 그리 ‘나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착공 1년 만에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잔뜩 벌여놓은 도시개발 사업 등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인천시도 재정위기에 빠졌다. 중앙정부에 약속한 시비 선투입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인천시정의 바통을 이어받은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인천도시철도2호선 개통 시기를 2년 미뤄 유동성 위기를 누그러뜨렸다. 물론 유동성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알토란 같은 인천터미널 터를 9천억 원에 롯데에 팔아넘기는 쓰라림을 덤으로 겪어야만 했다.

 결국 인천은 주경기장에 도시철도 없는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러야 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런 인천도시철도2호선이 2년 늦춰진 개통 첫날 15분이나 먹통이 돼버리고 말았다. 인천의 교통주권이 뭉개지고, 시민의 자존심은 땅속으로 꺼지는 순간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인천시는 얼마 전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를 스스로 포기했다. 1천억 원에 이르는 전액 국비 지원이 탐이 나서가 아니다. 인천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철도 역사의 모태다. 1897년 3월 29일 경인철도 기공식이 열었던 곳이 바로 인천이다. 국립철도박물관 유치 외면은 인천만이 간직해 온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유정복 시장은 인천발 KTX와 송도~서울 간 GTX,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7호선 청라 연장, 남북 도로망 확충 등을 꺼내들며 교통주권을 주창했다.

 수인선 송도역에서 KTX를 타고, GTX로 송도에서 서울을 20분대에 오갈 수 있다니, 인천시민들에게는 분명 획기적인 교통편의다. 그렇다고 유 시장이 말한 ‘시민행복 더하기’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아직 의문이다.

 진정 ‘인천 주권’은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조바심을 내는 정치인의 치적이어서는 안 된다. 말하지 안 해도 시민들의 가슴 저 밑바닥에서 끓어 오르는 자부심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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