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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직<인천재능대학교 호텔관광과 교수>
지난 2005년 10월 4일 오후 3시쯤 베이징(北京)의 726번 시내버스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힘 좋게 생긴 중년 버스 안내원은 2위안(약 400원)의 차비를 더 내야 한다고 우겼고 이에 연로한 부모님을 대신해 항의하던 14살 마오마오(毛毛)는 처참히 목 졸려 죽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였다. (조선일보 2005-12-29,‘사회 정의감 不在’) 문제는 그 순간 버스 안에는 많은 승객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나서 안내원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등 여러 언론매체에선 이 사건을 재조명하면서 중국 사회의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보신주의 그리고 정의감 부재를 강하게 비판했고 한 전문가는 "사회 정의감 부재가 늘 문제가 돼왔지만 이번 사건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이처럼 마오마오가 숨져갈 때 승객들은 구경만하고 있었는데 이는 ‘남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중국인 특유의 ‘사오관시엔스(少關閑事)’ 의식이 극명하게 표출된 사례다.

 이러한 배경을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나 대표적으로는 유교문화의 배척, 문화대혁명이나 천안문사태 등을 거치면서 점차 자신의 일이 아니면 관심도 두지 않고 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본인 또한 오랜 중국 생활과 교류를 통해 이런 사례를 체험한적이 한두번이 아닐 뿐더러 친한 중국 지인이나 여러 중국 관련 서적들을 통해 이러한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중국인의 대표적 특성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기존의 생각이 편견이 아닐까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아 이 지면을 통해 본인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난 6월 본인은 중국 산동성 성도 즉 우리나라의 도청 소재지격인 제남(濟南)시의 모 대학에서 3주간 파견 강의를 하였다. 이 기간 한국 관련 학과의 중국 대학생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중국 청년들의 이상과 현실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특히 불편한 대중교통(대학이 시외각에 위치한 대학촌에 있어 제남역이나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대중교통으로 2시간이 넘게 걸리고 또한 직행 버스가 없어 도중에 2번 심지어 3번까지 갈아타야만 했음) 덕분에 중국 청년들을 다시 볼 수 있는 새롭고 신선한 기회를 가졌으며, 이러한 경험은 후덥지근한 제남의 여름 날씨와 그리고 조금은 열악한 교육환경과는 상반되게 3주간의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주말에 청도와 북경에 있는 보고 싶은 친구와 후배를 만나기 위해 역이나 터미널을 이용해야만 했고, 불가피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젊은 학생이 대부분의 승객인 버스에서 학생들은 본인에게 여러 차례 자리를 양보하였으며, 특히 버스 환승을 위해 일면식도 없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바로 스마트폰 검색으로 적절한 노선을 제시하고 동시에 그 화면을 캡처까지 하라고 세세한 도움을 주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면서 이전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짜릿한 순간을 맞보았다.

 본인이 이전에 알고 있었던 중국 청년들은 소위 소황제라 불리면서 독자 혹은 독녀로 자라 아주 이기적이고 개인적이었다. 그러나 상기 체험을 통해 이러한 나의 생각은 편견이 아닐까 반성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물론 한 지역 그리고 특정의 개인적인 사례로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아무튼 나에게는 중국 청년들을 새롭게 다시 보는 행복한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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