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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남현 <인천시 계양공원사업소 공원관리팀장>
겸재 정선의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 1741∼1742년) 그림 중, 척재제시(?齋題詩)에는 ‘웅어(葦漁)’라는 물고기가 그려져 있다. 웅어는 조선시대 행주 사옹원(司饔院) 위어소(葦漁所)에서 임금님께 진상하던 물고기이다. 웅어는 강화 앞바다에서 기수역(汽水域)을 거처 한강하구까지 올라가 산란하는 회유성 물고기로서 행주웅어회로 뼈째 먹던 봄철의 진미였다고 한다.

 근래에도 강화 앞바다에서 조금씩 잡혀 운 좋은 봄날이면 그림으로만 보던 웅어를 북성부두에서 맛볼 수 있다. 강화도는 예성강, 임진강, 한강이 한 곳으로 모여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특유의 자연 기수역으로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는 황금어장이다. 예로부터 준치, 농어, 병어, 황석어, 밴댕이, 새우, 장어, 웅어 등 어족자원이 풍부했다.

 강화에는 우리나라 단군신화의 역사를 간직한 민족의 숨결 참성단이 있으며,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고인돌이 있고, 고려궁지와 행궁터가 남아 있다.

 고려왕조는 1232년 몽고침입에 대항하고자 당시 개경(개성)에 거주하던 10만 가구 50만 명의 백성을 강화도로 이주시켰다. 강화 천도의 이유를 살펴보면, 대륙 중심의 싸움에 강한 몽골군이 갯벌과 염하로 둘러싸인 강화의 해전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강화의 풍부하고 비옥한 지리적 여건이 강화 천도의 이유였을 것이라고 의견도 있다.

 전국으로 나가는 새우젓의 70%가 강화에서 나오는 것들이며, 강화의 여름철 초록들판, 가을철 황금들녘은 강화 특유의 시원한 경관을 형성한다. 넓은 평야에서 한 해 농사를 지으면 10년에서 20년은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 고려왕조에게 강화도는 한마디로 훌륭한 ‘요새’이자 ‘젖과 꿀이 넘쳐 나는 섬’이었던 것이다.

 한 국가의 수도로서 강도시대를 살아온 강화군민은 강화도가 고려의 수도였다는 것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세종실록 권48 지리지 강화부 토산조에는 ‘헌릉신도비용 비석을 강화도 마리산 서쪽 바닷가에서 생산되는 백색 계통의 대리석인 청란석을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세종실록 권19(1424년 3월)에는 ‘강화도에서 캐낸 비신을 수로로 운반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보물 1804호인 ‘태종헌릉신도비’가 바로 인천 강화에서 생산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귀중한 강화군 화도면 내리의 대리석 자원이 일제강점기 수탈로 고갈됐다. 특이한 지질구조인 대리석 암층이 인천 강화 마니산 자락에 있었던 것이다.

 강화의 식물자원은 또한 어떠한가,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강화매화마름 군락지, 우리나라 탱자나무의 북방한계선을 나타내는 강화군 갑곳리, 사기리 탱자나무(천연기념물 제78호, 제79호), 수령 500년 이상 된 느티나무, 팽나무, 은행나무, 회화나무, 물푸레나무 보호수 등 특이한 식물자원이 수두룩하다. 이렇듯 강화군은 선사시대부터 건국 설화, 역사 문화, 각종 자연자원, 자연환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풍부하게 갖춰진 천혜의 보고로서 그 자체가 ‘인천의 보물’이다.

 요즘 강화를 방문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강화의 자연 환경과 역사문화에 어울리지 않는 아파트 건설 등 도시개발에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에서도 생활의 편리성 등을 이유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단독주택 건축 기술이 발달해 아파트 못지않게 편리한 주택을 지을 수 있다. 강화군의 인구증가율을 살펴보면 2012년 0.03%이던 것이 2014년에는 0.36%로 감소했고, 출산율은 2012년 378명에서 2014년 294명으로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 농촌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한 빈집 증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곧 사회문제로 나타날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럼에도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강화에 난개발을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인천의 ‘보물’인 강화는 앞으로 삼국시대, 고려, 조선의 한옥 건축 양식과 민족 문화를 시대별로 느낄 수 있도록 한옥마을을 복원하고 조성해야 한다. 한옥 건축 기법인 지붕, 대공, 치미, 살미와 첨자 등에서 시대별로 변화의 차이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차이점을 살리고 현대 건축기술로 편리성을 접목시키며, 송도에 지은 한옥호텔의 건축 기술 등을 참고해 강화군 환경에 잘 어울리는 ‘한옥마을’이 탄생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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