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미산 숲 속 나뭇잎에 생긴 미국선녀벌레.
▲ 월미산 숲 속 나뭇잎에 생긴 미국선녀벌레.
지난 주말 더위를 피해 가족과 함께 인천 월미산을 올랐다.

최근 월미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인천상륙작전’도 상영되고 해서 오랜만에 오르는 등산로가 정겹게 느껴졌다.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나무 몇 그루 남지 않았던 산이지만 지금은 여름 땡볕을 가려 줄 나무들이 울창하게 숲을 이뤄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그런데 숲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은 나무 잎들이 군데군데 곰팡이가 핀 것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하얀 진드기 같은 벌레들이 징그럽게 우글거려 월미산의 정감이 싹 사라지고 말았다.

전쟁의 포화에도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살아남은 나무들이 ‘평화의 나무’란 이름으로 숲을 이뤘지만 이제는 정체 모를 벌레들에 의해 시달림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벌레의 정체는 외래 해충인 ‘미국선녀벌레’라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를 도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미국을 원산지로 하는 선녀벌레가 숲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했다. 더 이상 벌레가 개체 수를 늘려 숲을 해치지 않도록 관계 당국이 방역 등 퇴치에 전력을 기울여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영서 시민기자 mw7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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