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에서 제우스에게 인간 제물을 바쳤다는 정황이 나타나 고고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그리스 문화부는 그리스, 미국인으로 구성된 연구진이 희생양 같은 가축을 제물로 바치던 터인 뤼케이온 산에서 10대 청소년의 유골을 발견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청소년은 숨진 지 3천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화부 책임자인 안나 카라바나기오투는 "뤼케이온에서 인간을 제물로 바쳤다는 가설들이 많다"며 "이 같은 주장을 모두 연구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골로 발견된 고대 청소년이 어떻게 사망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플라톤을 비롯한 많은 고대 저술가들이 뤼케이온과 인간 제물을 결부시킨 바 있다.

그 때문에 뤼케이온에서 사람 뼈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충분한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애리조나대의 고고학자 데이비드 로마노 교수는 동물과 함께 사람을 제물로 바친 뒤 요리해 먹었다는 전설까지 소개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로마노 교수는 "인간 희생이 뤼케이온에 있는 제우스를 위한 제단에서 이뤄졌다는 소문이 고대 문건에서 다수 나왔는데 사상 처음으로 인간 유골이 제단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사람 뼈가 제물이든 아니든 간에 희생양을 바치는 제단에서 나온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이 제단은 사람을 묻는 묘지는 분명히 아니다"고 강조했다.

로마노 교수는 두개골의 윗부분이 사라진 점, 유해가 동서 방향을 축으로 삼은 돌 사이에 놓여있었다는 점 등을 연구할 부분으로 주목하기도 했다.

발굴에 참여한 연구진이 흥분하고 있지만 외부에서는 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인간 제물의 이상한 세계'라는 책을 편집한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의 얀 브레머 종교학 명예교수는 "아귀가 너무 잘 맞지만 사실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브레머 교수는 지금까지 고대 그리스의 인간 제물과 관련한 대다수 연구가 공상으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수 20세기 고고학자들은 고대 이스라엘, 로마, 이집트에서는 종교적 의미로 인간을 제물로 바쳤으나 그리스에는 그 관습이 흔하진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인간 제물을 둘러싼 논란은 고대 그리스의 이중적인 면 때문에 더욱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로마노 교수는 "고대 그리스가 문명의 요람, 민주주의, 철학, 논리적 사고의 발생지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극악무도한 신화의 무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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