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인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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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인공으로
신효성 소설가/기호일보 독자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16.08.23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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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소설가
"오디션도 없이 서류만으로 탈락이래요. 심사 기준이 궁금해요."

 바쁜 아침 시간에 전화가 왔다. 우리 나이로 73세이신 선생님이다. 일반 전문 모델이 아닌 전 연령대의 시민을 대상으로 시민축제 행사의 패션모델 선발전이 있어서 서류를 제출했다고 하신다.

 올해 73세이신 선생님은 외모 가꾸기와 무대에 서는 일이 너무나 행복한 시니어다. 근엄이 표본인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을 하고 제2의 인생을 즐기며 누리며 사신다. 의상이나 액세서리도 파격이라 누구나 쉽게 소화할 수 없는 감각으로 사람들 시선을 모은다. 요즘 젊은 아가씨들 키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169cm 키에 긴 생머리가 잘 어울리는 멋쟁이다. 게다가 생각이 젊어서 젊은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멋있는 할머니다.

 고인이 되셨지만 유명 화가였던 아버지의 후광이 빛나서 지금도 아버지와 관련된 인터뷰로 매스컴에 종종 등장하신다. TV 화면이나 잡지책 속의 인물사진이 화보를 찍는 여배우 못지않은 고혹미가 있으시다.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하신 후에 더 바쁘고 더 활기차게 사회활동을 하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노년의 롤모델로 삼겠다는 이가 적지 않다. 품격과 개성이 조화로운 선생님을 뵈면 잘 나이 들어가는 삶이 주변 사람까지 격조와 행복으로 다듬어가는 모습이기에 나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선생님의 불편한 속내는 나이 많다고 가치가 없어지냐였다. 시민 대상인 축제 같은 행사에 50대 모델은 되고 70대 모델은 설 수 없다면 공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곱게 쌓인 연륜이 단지 나이 때문에 벽이 쳐진다면 이건 아니라고 자꾸 서운해 하신다.

 자연 그대로 세월을 지나온 얼굴인데 젊어보여서 인위적인 시술을 많이 한 얼굴이라고 했다며 서류상으로 정확하게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오디션을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재차 선생님의 생각을 전하신다. 소녀 같은 맑은 정서가 귀여워 듣고 있는 내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장례식장을 가보면 생을 마감한 고인의 연세가 90살을 넘긴 경우가 많다. 100세 시대를 실감하는 현장이다. 덤인 듯 축복인 듯 긴 노년이 턱 버티고 기다리는 시대가 됐다. 준비나 인식을 하지 못한 지금의 노인들보다는 노년으로 가는 중인 장년기의 우리 세대는 인식은 하지만 막상 준비를 차곡차곡 해 나가지를 못해 긴 노년기에 막연한 불안이 있다. 경제력도 건강도 당연히 갖춰야 노년의 삶이 비루하지 않겠지만 어떻게 긴 세월을 보내야 의미가 있고 즐거울지도 고민해야 될 시점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년기에 접어 든다는 2020년은 불과 4년 후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구의 24%가 노인이 되는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도 2030년이라 한다. 앞으로 15년 시점이다. 홀몸노인 수도 급격하게 늘어나 10년 전인 2005년과 비교하면 1.8배가 늘어나 약 140만 명이라는데 통계청 장래 인구 추계에 2035년에는 4명 중 1명이 홀몸노인으로 산다고 전망했다.

 자연생명을 자연스럽게 살아가려면 노년을 즐기는 방법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생산인구가 아닌 노인과 부양 책임을 진 젊은이와 갈등의 시발점이 된 노인복지도 젊은층에서는 불만이 되겠다.

 생산가능 인구로 보는 15세에서 64세까지의 인구가 줄고 있는 현실이 노인을 부양하는 의무를 지게 된 젊은층에게는 부담이다.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겠다. 노년의 경제력은 개인의 의무이고 국가의 책임이라 어느 모로 보나 싶지는 않다.

 열심히 살아서 자연스럽게 찾아온 노년기를 차별받지 않고 노인이 가진 가치를 폄하 받지 않고 나이듦을 즐기며 사는 방법을 모색해 볼 때가 됐다.

 늙은이가 낄 자리가 아니라고 내치기보다는 삶을 즐기는 건강한 사회일원으로 적극적인 선생님의 노년을 응원하고 싶다. 노인이 행복한 사회도 분명 성숙한 세상일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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