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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동북아교육문화진흥원장

최근 북한의 대내외 정황이 심상치 않다. 국제사회의 강한 경제 제재와 압박조치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북한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권력 핵심 실세들 간의 암투가 점점 가시화되는 가운데 영국 주재 공사를 비롯한 당 39호실 간부, 군 장령(將領) 등이 잇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제3국으로 망명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의 척박한 삶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김정은을 권좌(權座)에 앉혀 놓고 서로가 서로를 질시하고 견제하는, 이른바 ‘숨은 실세들’의 이런 ‘힘겨루기’는 앞으로의 북한 정국을 크게 흔들 뇌관(雷管)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는 황병서와 최룡해, 김원홍, 그리고 최근에 ‘평양의 제2인자’로 불리고 있는 통일전선부장 김영철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김정은의 후계체제 구축에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쏟다가 권력 암투의 희생자가 돼 권력 일선에서 사라진 군 총참모장 리영호와 현영철, 친고모부 장성택, 그리고 원인 모를 교통사고로 숨진 김양건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라졌다.

물론 이런 현상은 어느 정권에서든 권력의 교체기에 나타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범위와 정도가 상식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내외의 큰 주목을 받는 것이라 보여진다. 즉 어느 정권이든지 초창기에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제 맛이 난다’는 말처럼 불가피한 권력 교체나 세력 다툼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는 다른 정권과는 달리 권력핵심의 교체 폭이나 정도가 일반적인 상식이나 통념을 크게 벗어날 정도로 이뤄졌기 때문에 흔히들 ‘피의 숙청놀음’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일찍이 김일성의 집권 초기에는 자신의 정권 옹립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던 공산당 동지인 박헌영을 김일성은 ‘미제의 스파이’라는 누명을 씌워 처형했다. 또한 김정일도 자신의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초래된 극심한 경제난을 당시 농업담당 비서였던 서관희에게 돌리면서 "그가 남조선의 스파이 역할을 함으로써 경제를 도탄에 빠뜨렸다"고 처형했다.

이런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도 자신의 후계권력 옹립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던 리영호, 장성택 등을 내침으로써 ‘김씨일가의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성’을 드러냈다. 말하자면, 이들은 자신의 권력 장악을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반인륜적 만행을 저지르는 냉혈한이라 볼 수 있다. 이들 실세들은 주민들의 어려운 처지와 형편은 도외시하면서 김정은의 등뒤에서 자신만의 부귀와 영달을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자리보전은 물론이고 ‘세(勢) 불리기’에 광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 꼽을 수 있는 자가 바로 최근 평양시내에서 ‘김정은에 이어 제2인자’로 불려지고 있는 김영철이다. 이 자(者)는 지난 5월의 제7차 당대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통일전선부장 등 기존의 직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당 정무국 대남담당 부위원장, 정치국 위원자리까지 꿰찬, 그야말로 권력의 정상으로 단숨에 뛰어오른 출세의 달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평양시내에서는 "안 풀리는 일이 있으면 김영철 대장을 찾아가라"는 소문을 몰고오는 주인공으로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물론 지금 현재 북조선에서는 항일 빨치산으로 김일성과 함께 활동했던 최현의 아들인 최룡해와 황병서 등 쟁쟁한 인물이 버티고 있어 김영철을 ‘김정은에 이은 제2인자’로 거명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견해가 있기는 하나, 지난해 12월 사망한 대남비서 김양건이 온건중도파로 김정은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면 김영철은 철부지 김정은의 강성을 가장 적절하게 충족시켜주는, 새로운 오른팔로, 능숙한 해결사로 무섭게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 보편화된 평가다. 특히 김영철이 갖고 있는 군사모험주의와 같은 무자비한 특성과 정치적 야심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군장령들의 계급장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견장정치’, 그리고 친고모부까지 처형할 수 있게 하는 반인륜적 폭거를 스스럼없이 저지르게 하는 원천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비록 김영철이 ‘나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고 해도 핵심부 권력자를 절대 방관하지 않는 김정은의 통치스타일, 그리고 1인자만 존재하지 2인자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북한 정치체제의 특성상 김영철의 앞날이 그리 순탄할 것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여진다. 여기에 더해 모든 주요 인물들에 대한 동향을 수집, 보고하고 있는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홍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등도 권력 다툼의 정점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오늘도 평양의 밤은 과거와 같이 고요한 가운데 적막감마저 돌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출세와 호의호식을 위한 야심가들의 알력과 다툼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촉발될지 그 누구도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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