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파더(Grandfather)
91분/액션/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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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의 배우 박근형이 액션 누아르 영화에 도전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그랜드파더’에서 공권력이 외면한, 사회에 기생하는 독버섯을 응징하는 분노 할배로 등장한다.

 그는 월남전 참전용사이나 고엽제 후유증으로 스스로 가족을 등진 후 체념한 삶을 살아가는 노인 기광 역을 맡았다. 나중엔 사회에 분노한 나머지 총을 쏘고 망치도 휘두른다. 아들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 자살이 아님을 밝혀 내기 위해, 유일한 혈육인 손녀 보람(고보결 분)을 구하기 위해서 말이다.

 비뚤어진 사회를 향한 노인의 분노와 광기는 순화되지 않은 장면으로 나온다. 잔혹하기까지 하다. 그 결과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너희는 날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라고 외치는 기광의 반대편에 있는 악역 양돈은 정진영이 맡았다. 큰돈을 벌기 위해 범법행위를 저지르면서도 먹고사느라고 조그만 사업을 벌이는 소시민이라고 생각하는, 두 얼굴을 지닌 건설업자다. 양돈은 이렇게 외친다."내가 안 해도 다른 놈들이 해 처먹는다 말입니다."

 이렇듯 영화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내 비꼬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는 의외로 잔잔하게 시작한다. 기광은 한 회사의 통근버스를 운전하며 살고 있는 힘없는 홀몸노인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느 날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아들의 자살 소식이 들려오고, 기광은 장례식장에서 손녀 보람을 처음 만나게 된다.

 아들이 자살로 죽지 않았음을 밝혀 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중 결정적인 단서를 얻게 되지만 오히려 손녀가 위험해지는 상황에 봉착한다. 결국 손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노배우 박근형의 액션 연기를 보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63세의 나이로 출연한 액션 영화 ‘사선에서(1993)’가 떠오를 정도다.

 하지만 배우 원빈이 주인공인 ‘아저씨(2010)’처럼 실감나는 액션 연기를 기대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그 대신 할배·영감이라고 불리던 노인이 피붙이에게 애틋한 정을 느껴 죽음조차 불사르는 ‘그랜드파더(할아버지)’로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할아버지와 손녀 간의 교감과 사랑이 관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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