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낮 12시께 인천 남구 용현동 토지금고시장.이어진 폭염과 차례용품 가격상승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하다.
▲ 25일 낮 12시께 인천 남구 용현동 토지금고시장.이어진 폭염과 차례용품 가격상승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하다.
25일 낮 12시께 인천시 남구 용현동 토지금고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시장을 찾은 손님들보다 상인들이 부채질하는 모습이 더욱 눈에 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막바지 폭염 탓에 몇몇 손님들도 흐르는 땀을 닦으며 시장 안으로 들어선다.

한동안 조용하던 시장 과일가게 앞에 걸음을 멈춰 선 한 손님이 4∼5개 정도 담긴 사과 바구니를 가리키며 가격을 물었다. 과일가게 주인 한모(56)씨는 "날이 더워 과일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1만5천 원만 줘요"라고 멋쩍게 대답했다. 손님은 "아이고, 비싸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이어 다른 과일을 사러 온 중년 여성도 바구니와 상자에 붙은 가격표를 확인하고는 흥정은커녕 한숨만 내쉬고 발길을 돌렸다. 한 달 넘게 이어진 폭염과 가뭄 탓에 과일 가격이 최대 50%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과일가게 주인 한 씨는 "푹푹 찌는 날씨에 손님들도 확 줄었다"며 "추석도 다가오는데 특수를 누리기는커녕 물가가 너무 올라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매장에서 받아온 과일들도 금방 썩어 팔지도 못해 한 달 동안 적자만 보고 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같은 시각 연수구 옥련동 옥련시장 안 상인들의 고충도 비슷했다.

이곳 전통시장 주변엔 여러 아파트 단지가 가까이 위치해 항상 북적였지만 최근 폭염기간 동안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

시장 안 채소가게 주인 김모(44)씨는 "유난히 오른 과일·채소 때문에 가격을 보고 흥정하려는 손님들도 거의 없다"며 "시들해진 채소들을 떨이로 내놔도 사 가는 손님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무더운 날씨와 차례상 물가 폭등, 경기 침체 등의 삼중고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대형 마트 등과 비교해 열악한 냉방시설을 갖춘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줄은 데다, 오를 대로 오른 차례상 물가도 그나마 찾아온 손님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추석 차례상을 차리려면 전통시장 기준 22만3천 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7.2% 오른 수치다.

토지금고시장 상인 최모(45)씨는 "이번 폭염도 한몫 톡톡히 했지만 경기가 어려워 손님들도 줄어든다"며 "얼른 날씨도 선선해지고 경기도 빨리 회복해 전통시장이 잘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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