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정식종목인 보치아 국가대표 정호원(30)은 세계 최고의 선수다. 수영으로 치면 마이클 펠프스, 육상으로 치면 우사인 볼트급의 실력을 겸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치아는 뇌성마비 중증장애인 혹은 운동성 장애인이 참가할 수 있는 패럴림픽의 대표 종목이다. 입에 문 기구 등을 이용해 공을 굴린 뒤 표적구에 가까운 공의 점수를 합해 승패를 겨룬다.

정호원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보치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딱 한 번 세계랭킹 1위를 놓친 적이 있다.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한수(24)에게 우승을 내주면서 그에게 1위 자리를 잠시 뺏겼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2016 리우패럴림픽 페어 2인조 종목에서 같은 팀으로 출전한다. 아울러 개인전에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친다.

정호원에겐 개인전 금메달이 절실하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 등 각종 국제대회를 휩쓸었지만 유독 패럴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8 베이징 패럴림픽에선 개인 종목에서 동메달에 그쳤고, 2012 런던 패럴림픽에선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보치아 국가대표 임광택 감독은 "정호원은 보치아 국가대표 선수 중 가장 경험이 많고 최고의 실력을 겸비했는데, 번번이 패럴림픽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며 "이번 대회에서 징크스를 깨려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정호원이 패럴림픽 개인전 첫 금메달을 따기 위해선 김한수의 벽을 넘어야 한다. 김한수는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뤄 보겠다는 입장이다. 두 선수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임광택 감독은 "정호원은 허리를 굽힐 수 있기에 다양한 각도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고 대처 능력이 빠르다"고 말했다.

김한수에 관해서는 "그는 다른 선수들보다 장애 정도가 약간 더 심하다. 몸의 자세를 다양하게 잡을 수 없다는 핸디캡을 갖고 있는데, 뛰어난 집중력을 바탕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리우 출국길에서 만난 두 선수는 "페어 2인조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뒤 개인전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입을 맞췄다.

의사소통에 약간 어려움을 겪는 두 선수를 대신해 임광택 감독은 "평소엔 둘도 없는 막역한 사이지만, 경기에선 정정당당히 경쟁을 펼치는 선수들"이라며 "화합, 편견 없는 경쟁 등 패럴림픽이 주는 의미를 두 선수가 잘 보여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해 달라’는 말에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두 손을 꼭 맞잡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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