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비록 야당 단독이긴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합 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임명을 밀어붙였다.

 물론 인사청문회법 상 국회가 부적격 의견을 내거나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이철성 경찰청장이 음주운전 교통사고 은폐 전력으로 자질 논란을 빚었는데도 국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하는 강수를 뒀다. 조 장관은 부동산 투기 의혹과 교통법규 상습 위반 논란 등이, 김재수 장관은 특혜 부동산 대출·황제 전세 논란 등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두 장관을 낙마시킬 경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인사 검증 실패 논란이 가열될 수 있다는 점과 다른 장관 후보자를 찾는 동안 내각의 국정 공백이 우려된다는 점을 감안해서인지 여론에 귀를 막았다.

 당연히 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두 부적격 후보자들의 임명은 인사 청문제도를 부정하고 조롱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오만과 독선을 거두고 국회를 존중해 문제 후보자들의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당 역시 "우 수석의 검증 실패 결과물인 부적격 인사들을 외유 중 임명한 것은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일방통행식 정국 운영은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시킬 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게다가 야권은 문제 장관들의 해임건의를 추진키로 해 정기국회에서 정면충돌마저 우려된다.

 국회가 제 아무리 ‘아니되옵니다’를 부르짖어도 청와대 문턱만 넘어가면 ‘되옵니다’로 뒤바뀌는 인사청문회의 맹점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답답할 따름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0년 처음 도입됐다. 국회가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국회의 판단과 청와대의 결정 사이에 아무런 연관관계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청문회 따로, 임명 따로’였다. 브레이크 없는 기차는 말로 멈추게 할 수는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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