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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성 소설가/기호일보 독자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16.09.20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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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소설가
9월 13일이 ‘법원의 날’이었다. 이날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인양 받은 날이다. 국가의 사법주권을 회복한 1948년 9월 13일을 기념해서 작년에 제정한 기념일로 ‘법원의 날’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실질적인 설립을 기념함과 동시에 사법부 독립의 의미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뜻깊은 날이다.

 인천지방법원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민과 함께하는 제2회 공감법정’ 모의재판 행사를 열었다. 시민단체 회원, 로스쿨 학생, 법학과 교수, 판사·검사·변호사들이 가상 재판에 참여했다. 시민 대표로 참여한 내 역할은 배심원이었다. 판사가 피의자가 되고 검사가 변호인이 되고 변호사가 검사가 되고 증인이 돼서 역할을 바꿔 본 재판이었다. 절차는 재판의 순서를 그대로 진행해서 재판 시간이 꽤 길었다. 진중한 시간이 흘렀다. 법 조항을 설명 듣고 법을 해석하는 현장에서 참여하고 경험한 판결이다. 가끔 뉴스로 접하는 법원의 판결에 의아했던 적도 있어서 재판의 전 과정이 흥미로웠다.

‘층간소음 분쟁, 당신도 피고인이 될 수 있습니다’ 모의재판의 사건 개요는 층간소음으로 발생한 이웃 간의 감정 대립이 폭행으로 이어져 특수상해죄와 살인 미수죄로 각각 피고인이 된 위층 여자와 아래층 남자의 재판이었다. 공동주택인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많은 우리나라 주거 형태에서 층간소음은 남의 일이 아니다. 에너지 많은 사내 아이가 집안에서 조용할 리 없으니 아래층에 사는 사람은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 아이 기죽이지 않는다고 놀이공간마냥 집안에서 뛰노는 아이를 제재하지도 않고 사과 한마디 없는 젊은 위층 엄마도 사건 유발자로 보였다. 홧김에 위층으로 쫓아 올라가 욕설을 한 아래층 남자도 분노조절을 못해 화를 키웠다. 어느 쪽 잘못이 온전히 100%라고 몰아붙일 수가 없어서 배심원 사이에서 이견이 생겼다.

배심원은 만장일치가 원칙이라고 한다. 재판부에게 질의를 하거나 메모를 전달해서 더 자세한 사건 설명을 요구할 수 있고 답변을 들을 권한이 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만장일치가 안 되면 다수결에 따른다고 안내를 받았다. 배심원 대표의 진행으로 배심원 각각의 동의를 거치는 평의를 진행하고 평의를 통해 도달한 피고인의 유죄 무죄에 대한 최종 판단인 평결을 내린 결과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진지하게 논의했고 고민해서 결정한 배심원들의 의견이었다. 재판부는 자체 토의를 거친 후 판결문을 작성해서 양형의 이유를 설명하고 판결 선고를 내렸다. 모의재판이긴 해도 죄명이 무서워 보이는 특수상해죄와 살인미수죄에서 벗어나 벌금형으로 확정이 났다. 정상 참작이 고려돼 피고인은 수형자가 아닌 벌금형으로 죄의 대가를 지불하게 했다.

 피해자나 증인의 신변보호가 허술해서 재판 후에 피해를 입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들었다. 모의재판에서는 방청석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고 증인의 증언을 들었다. 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증언을 하도록 하고 재판 후에 협박을 받는 등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증인을 보호하는 차원이라고 한다. 사람이 사람을 재판하는 일은 신탁을 받은 것만큼이나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라고 생각된다.

 재판부는 정의로운 사람이 앉아야 하고 세속의 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신성한 재판정에 걸맞게 공정한 저울로 재판을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지극히 정상인 공정성을 정상으로 대접하는 사회가 공감 능력이 뛰어난 세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뇌물 수수 부장판사, 검사장 등 법조인의 비리로 세상이 분노하고 있다. 급기야 대법원장이 국민 앞에서 사과문을 발표하는 불명예도 있었다. 사법권 독립의 근본이념은 어느 일방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성과 어떤 간섭에도 중립성을 지키는 것으로 이는 사법부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본다. 사법 절차의 핵심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으로 우리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선발대로 국민이 공감해 주는 재판부를 소망한다. 공감법정이 이벤트 행사가 아니기를 바란다면 너무 큰 기대일까. 분명 아니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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