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범 아나운서.jpg
▲ 원기범 아나운서
바야흐로 SNS의 시대입니다. 웬만한 사람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 SNS 계정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습니다. SNS의 장점이야 굳이 논하지 않아도 인식하고들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단점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누구나 개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때로는 원치 않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여기고 단순히 자기 생각을 밝혔지만 경우에 따라 일파만파로 퍼져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뭇사람의 질타를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 않아도 좋을 말을 던져 놓아서 공연히 욕먹는 사람이나 듣지 않아도 될 불쾌한 말을 접하게 되는 사람들이나 마음이 불편하기는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비단 온라인상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이번 한가위 연휴를 앞두고 ‘명절 잔소리 메뉴판’이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됐습니다. 잔소리 메뉴판에는 이를테면 "애인은 있니?"는 10만 원, "연봉은 얼마나 받니?"는 20만 원, "결혼은 언제 할 거니?" 30만 원, "아기 가질 때가 되지 않았니?" 50만 원 등 잔소리별로 돈을 내고 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저의 걱정은 유료로 판매하고 있으니 구입 후 이용해달라."는 문장까지 덧붙여져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친척 친지들끼리 명절에 만나서 주고받는 말들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가 됐으면 이런 ‘메뉴판’까지 만들었겠나 하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얼마 전에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직장인 1천900여 명을 대상으로 ‘명절 스트레스’에 관해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열에 일곱은 추석을 앞두고 명절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답했는데 그 중 상당 부분이 ‘명절에 듣기 싫은 말’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결혼 여부와 성별에 따라 ‘듣기 싫은 말’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기혼 남성들은 "경기가 어렵다는데 다니는 회사는 괜찮나."(39.8%), "다른 집 자녀는 용돈을 많이 주더라."(27.3%), "연봉은 얼마나 받느냐."(15.1%) 등이 잔소리 랭킹에 올랐습니다. 결혼한 여성 직장인들의 경우에는 "명절인데 음식은 넉넉하게 하자."(36.7%), "연휴가 긴데 더 있다가 가라."(31.3%)가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질문은 예상하시는 대로 "결혼은 언제 하느냐."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미혼 남성들은 "애인은 있느냐."(31.8%), "연봉은 얼마를 받느냐."(26.8%)는 질문이 최고의 스트레스였고 미혼 여성들에게는 연봉 질문(30.0%)이 2위, "살 좀 빼라." 등과 같은 외모와 관련된 질문(27.3%)이 뒤를 이은 것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한 듯, 이번 명절에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엄지 척’해주자는 모 광고도 등장했습니다. 물론 말을 안 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서 언급한 SNS가 소통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됐습니다.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 연구팀이 전 세계 91개 나라의 페이스북 사용자 1천91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것입니다.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연구진은 친구들이 남겨놓는 좋은 ‘댓글’이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댓글의 숫자가 많을 필요도 없습니다. 한 달에 60개 즉 하루 2개 정도의 댓글을 받으면 행복감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댓글로 얻어진 행복감이 결혼이나 집 구매, 임신 등으로 인한 행복만큼이나 크다는 설명입니다. 댓글은 한 문장이나 두 문장에 불과하지만 친구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단순한 행동이 상대로 하여금 인생의 큰 활력소가 된다고 연구진은 덧붙였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관심이 상대방의 아픈 곳을 콕 찌르는 질문이나 대안 없는 비판 등으로 바뀐다면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상처와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을 가장 효과적으로 기분 좋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서 실천해보시기 바랍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