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공식 도메인인 'kp'를 사용하는 웹사이트들이 북한 측 실수로 서방 IT업계와 언론에 공개됐다.

이 도메인을 사용하는 웹사이트는 28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대부분 해외에 북한 체제나 음식, 영화 등을 소개하는 단순한 활동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DNS(도메인네임서버) 전문가인 미국 보안엔지니어 매슈 브라이언트는 북한의 시스템 관리자들이 'kp' 도메인 웹사이트들을 외부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브라이언트는 찾아낸 사이트 28곳의 목록을 IT전문 사이트들에 공개했고 수많은 외부인들이 이들 사이트를 서핑했다.

이 중 상당수는 공개 이후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독일 'de' 도메인을 쓰는 주소가 1천600만개가 넘는다는 점으로 보면 28개는 대단히 적은 수라고 WP는 지적했다.

이들 웹사이트 일부는 국가해사감독국, 고려항공, 조선사회과학자협회 등 북한 정부기관이나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다.

20일(현지시간) 공개된 고려항공 웹사이트 [레딧/DNS 홈페이지 캡처]
20일(현지시간) 공개된 고려항공 웹사이트 [레딧/DNS 홈페이지 캡처]

웹사이트 대부분은 한글로 작성됐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rodong.rep.kp) 등은 영문 사이트도 있다.

노동신문 웹사이트는 '최고 지도자의 활동'(Supreme Leader's Activities)이란 제목으로 그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행보를 소개했다. 20일에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로켓 엔진 시험을 참관하는 내용도 업데이트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웹사이트는 접속 속도도 느릴뿐더러 기능도 단순했다고 BBC는 전했다.

뉴스 전문 사이트 역시 자주 업데이트 되지 않았고, 특별한 기사도 실리지 않아 다른 국가 뉴스 사이트와 비교할 때 구색만 갖추고 있었다.

BBC는 이 사이트들은 북한 국영 통신사인 조선중앙통신에서 받은 내용을 단순하게 재생산하고 사이트 접속 트래픽도 거의 없어 허술하게 설계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분석했다.

북한의 문화와 예술을 홍보하는 사이트도 있다.

'cooks.org.kp'라는 주소를 쓰는 음식사이트는 '조선료리(요리) 우수성'과 함께 북한 음식 레시피를 소개하는 사진들로 가득 채워졌다.

이 사이트는 냉면으로 유명한 평양 옥류관, 개고기를 파는 '평양 단고기집'을 포함해 북한의 주요 식당 명단을 제시하면서 북한 음식은 맛과 풍미가 뛰어나고 건강에도 유익하다고 내세웠다.

북한 영화 산업을 소개하는 사이트(korfilm.com.kp)도 있다.

현재 평양에서 평양국제영화축전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사이트는 축전에 참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담았다.

BBC는 북한 사람들이 쓰는 내부 인트라넷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 인트라넷이 공개돼야만 북한에 대해 더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음식 웹사이트 [레딧/DNS 캡처]
북한의 음식 웹사이트 [레딧/DNS 캡처]
북한 영화를 소개하는 웹사이트 [레딧/DNS 캡처]
북한 영화를 소개하는 웹사이트 [레딧/D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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