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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사회부장
인천 문화 판에서 요즘 ‘열린 집담회’가 열리고 있다. 내년 2월 나올 예정인 ‘인천시 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의 판을 짜기 위해서다. 1차 열린 집담회가 지난 6일 부평문화재단에서 열렸다. 인천의 문화가치와 비전과 영역별 주요 현안과 추진 과제 등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한 발제자가 상영 중인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꺼냈다. "전쟁을 테마로 관광객들을 인천으로 불러들이는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이었다.

 프런트에서 반론을 제기했다. 순수문학(예술)을 하는 이 반론자는 "인천의 문화를 상업성에 치우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발끈했다. 그러면서 "제국주의의 산물인 인천상륙작전을 굳이 인천 문화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발제자의 제안을 깎아내렸다.

 우리나라의 낚시 인구는 어림잡아 500만 명에 이른다. 10명당 1명꼴로 낚싯대를 잡고 있는 셈이다. 비록 조락무극(釣樂無極)은 아닐지언정 낚시를 통해 소소한 즐거움이라도 맛보려는 인구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이렇듯 낚시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낚시도 문화예술처럼 여러 장르가 있다. 장소에 따라 바다와 민물, 계류 낚시 등으로 나눈다. 민물낚시 중에서도 물고기의 입질 때 찌의 형태에 따라 올림과 내림으로 구분한다. 올림낚시 중에서도 마릿수 낚시와 대물낚시로 갈라진다.

 참된 낚시인은 진정한 문화인마냥 자신이 선택한 장르에 즐거움을 만끽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구사하는 낚시 스타일에 맞춰 낚싯대부터 원줄과 목줄, 찌와 봉돌의 고르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최적의 맞춤을 찾아낸다. 장비와 채비, 소품까지 자신이 직접 만들거나 아니면 조구사의 브랜드를 별도 장부에 기록하듯 머릿속에 넣어둔다. 조력과 기량, 재력, 체력에 따라 수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장비와 채비 비용을 감수한다.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다. 온전히 출조를 통해 즐거움을 낚으려는 조사(釣師)의 선택이다.

 좋든 싫든 전쟁의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도시가 인천이다. 비록 현존하지 않지만 강화에서 찍었다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고금상정예문’이 그것이다. 독일 구텐베르그의 활판 성경보다 무려 216년이나 앞섰다. 고려 전란기 몽고와 맞서 민족의 자존심을 일깨웠다. 붓으로 베껴 썼던 낡은 시대의 굴레 ‘책의 희소성’에서 벗어나 민중을 위한 ‘앎의 향유’를 통찰한 새 시대를 향한 실사구시였다.

 전란 초 강화에 본거지를 둔 삼별초의 항몽 투쟁은 죽음으로서 민족의 자존을 일으키려는 항거였다. 칭기즈칸의 칼날 앞에 ‘개경천도’로 투항한 무능한 정권에 대한 항쟁이었다. 그 치열했던 강화 항쟁의 역사문화는 구한말 병인년과 신미년의 양요로 이어졌다.

 인천상륙작전도 그렇다. 최적의 상륙 지점과 시점을 알아내려 했던 첩보 요원들이 아직 인천에 살아 있다. 목숨을 건 그들의 첩보작전의 목표는 ‘맥아더의 승전’이 아니라 ‘구국(救國)’이었다. 인천상륙작전에서 찾아내야 할 역사와 문화는 바로 이것이다. 그 뒤 그것을 즐길 것인가 말 것인가는 향유자의 몫에 맡겨 주면 될 일이다.

 평론가들은 맥아더를 미화한 낮은 수준의 작품으로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폄하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관에 가는 관람객들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픔의 역사도 보듬어야 할 역사다. 치욕의 역사도 껴안아야 할 역사다. 외지 관광객은 상륙작전이 있던 월미도와 맥아더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을 찾는다. 문화는 강요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공급자의 책무는 문화를 즐기려는 이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일이다.

 차기 종합발전계획의 큰 줄기는 ‘시민이 만들어가는 문화도시’다. 문화도시는 지역 고유의 유·무형 자산이 현재의 가치로 되살아나고 지역 문화의 특수성과 다양성이 보전돼야 한다. 이로 말미암아 시민의 삶으로 향유돼야만 진정한 문화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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