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의 평일 어린이 시청 시간대가 위협받고 있다.
 
통상 어린이를 위한 시간대로 분류되는 평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의 프로그램중 자체 제작한 어린이용 교양 프로그램이 크게 부족한데다 그나마 프로들도 애니메이션으로 대부분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5시30분 이후는 가족 프로그램을 표방한 성인대상 프로그램이 자리잡고 있다.
 
방송 3사의 이 시간대 프로그램은 MBC의 경우 유아대상 프로인 `뽀뽀뽀'(월∼수·4시5분)와 같은 시간대 초등학생 대상의 정보프로인`내친구들의 세상'(목·금)만이 애니메이션이 아닌 어린이 프로그램이다.
 
오후 4시30분부터 5시까지는 애니메이션 `아틀란티스의 왕자'(월), `도라에몽'(화), `보거스는 내친구'(수), `킬타의 영웅들'(목)이 차지하고 있고 이후 5시25분부터 6시30분에는 성인대상 프로그램인 `생생정보 투데이'와 `생방송 화제집중'이 편성돼 있다.
 
SBS의 경우, 오후 4시15분부터 20분간 방송되는 해외 구성물인 `춤추는 빅베어'(월∼금)가 유일한 애니메이션이 아닌 프로그램. 나머지 시간대는 성인대상인 `네트워크 현장! 고향이 보인다', `리얼 코리아'와 애니메이션`방가방가 햄토리'(월) `드래곤볼 Z'(월·화) `파워퍼프걸'(화) `포켓 몬스터'(수·목) `탑블레이드 V'(수·목)가 자리잡고 있다.
 
KBS 1TV는 오후 5시15분부터 5분간 `TV동화 행복한 세상'을 재방송하는 것 이외에는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 없다. `재미있는 동물의 세계'가 있다고는 해도 엄밀히 말해 어린이를 위해 제작한 프로그램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KBS 2TV는 사정이 나아 유아대상인 `엄마랑 나랑'(월∼금·오후 4시30분) `갈갈이의 신나라 과학나라'(목·5시) 어린이용 뉴스정보 프로그램인 `어린이 뉴스탐험'(금·오후 5시)과 유일한 어린이용 드라마인 `매직키드 마수리'(월∼금·5시30분)등이 편성돼 있다.
 
MBC 편성국의 한 간부는 “어린이용 드라마나 구성물 등 어린이용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제작비에 비해 호응도가 많이 떨어진다”면서 “요즘 학원 등 과외 활동으로 그 시간에 TV 앞에 앉아 있는 어린이들도 많이 줄어서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2시간을 채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SBS 편성부의 한 관계자도 “과거에는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해 편성 정책적인 배려가 있었지만 요즘은 제작비용 대비 효율성 측면을 고려, 애니메이션을 주로 편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YMCA 어린이 문화연구회 이정주 회장은 “아직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없는 실정”이라면서 “그나마 지금있는 어린이 프로그램 중 대부분이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어린이의 정서를 고려해 제작한 교양물은 한참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좋은 어린이용 프로그램을 만들기만 하면 캐릭터 상품과 연계하는 방법 등으로 충분히 효율성을 낼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교육적이면서도 신선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전문작가 등 어린이 프로그램 전문가에 대한 방송사의 투자가 필수적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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