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모독 행위다. 엄벌이 필요하다." "짓궂은 장난일 뿐이다. 벌금형이면 족하다."

지난 2일 말레이시아 세팡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F1)' 16차전에서 20대 호주 남성 9명이 말레이시아 국기가 그려진 속옷 차림으로 자국 선수의 우승 기쁨을 만끽하다 체포되면서 이들의 처리를 놓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공공장소에서의 외설 행위와 말레이시아 국기 모독을 이유로 전원 경찰에 연행됐으며 6일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정부 관리와 무슬림 단체 등 일부에서는 국가모독이라며 단호한 조처를 요구하고 있지만 또 다른 일부는 하찮은 장난일 뿐이라며 벌금형 정도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라고 호주 언론은 5일 전했다.

지난 2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포뮬러 원(F1) 대회장에서 호주 젊은이 9명이 말레이시아 국기가 그려진 수영복 차림으로 자국 선수의 우승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무슬림 친선단체인 'MJMM'의 라니 쿨럽 대표는 "우리를 화나게 할 뿐만 아니라 모욕하는 행위"라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고, 일부 무슬림 단체는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호주 공관에 항의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내무차관인 누르 자즐란 모하메드와 일부 관영언론은 이들을 기소해 교도소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현지 경찰은 기소 의향을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단체인 '말레이시아 무슬림 청년운동'은 법 위반 여부가 불분명하고 이번 사건의 책임은 말레이시아 법이나 관습 등을 제대로 인식시키지 않은 포뮬러 원 대회 주최 측에 있다며 선처를 요구했다.

이 단체 사무총장인 무하마드 파이살은 "그들이 강도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닌 만큼 약간의 벌금이 적절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말레이시아의 쓴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지만, 다른 쪽에서는 말레이시아인이 유머의 의미를 모르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호주 정부는 체포된 사람 중에 장관 보좌관이 포함된 데 당혹해 하면서 자국민을 향해 다른 나라를 방문했을 경우 절제된 행동을 요구했다.

줄리 비숍 외무장관은 5일 오전 이들 젊은이의 행동이 장난에 불과하지만 말레이시아 법이 있는 만큼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스콧 모리슨 재무장관도 모든 호주인은 방문국의 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며 동정의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다.

호주 사회평론가인 데이비드 샤크는 "많은 호주인이 세미누드를 재미있는 유머정도로 보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은 그렇질 않다"며 "(호주 관광지인) 크로눌라 비치에서는 나체로 뛰어다닐 수 있을지 몰라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라고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한편, 이들 호주 젊은이가 입은 속옷에 호주 수영복 업체의 이름이 뚜렷이 새겨진 만큼 이들의 행위는 홍보를 위해 미리 준비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4년 전 크로아티아의 요트 주간에는 이 기업의 이름이 새겨진 수영복을 입은 채 함께 포즈를 취했고, 그해 시드니에서 열린 이 회사 주최 원주민을 위한 자선행사에서도 이번과 유사한 행동을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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