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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옥진 인천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
대한민국의 10월은 축제의 계절이라 할 만하다. 일 년 중 지역축제가 가장 많이 열리는 시기가 바로 10월이기 때문이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넉넉함과 더불어 가을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도 좋아 여행과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일 것이다.

 인천에서는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제1회 애인(愛仁)페스티벌’로 시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이번 애인페스티벌은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의 일환으로, 이전에 인천시 각 군·구에 산발적으로 진행됐던 각종 행사를 묶어 10월을 전후로 펼쳐지는 인천만의 상징적인 축제로 개발해 마련한 것이다. 무엇보다 인천시민들에게는 인천의 각 명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야외행사를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흔히들 각 지자체에 너무 많은 축제가 난무하고 있다고 한다.

 2016년 기준 전국 시도별 축제의 수는 2천 개를 훌쩍 넘어서고 있으며, 2일 이상의 문화관광 예술축제만 해도 693개다. 그러나 축제의 난무라는 지적은 너무 많은 축제가 시행되고 있는 것을 향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친 제대로 된 축제가 드물었다는 것에 대한 질책의 성격을 띤 것으로 보인다. 명확한 축제 목표와 주제하에 철저히 기획 준비된 축제가 아니라 비슷한 내용과 구성에서 진행되는, 천편일률적인 지역축제에 대한 피로감에서 비롯된 결과일 것이다. 지역축제에 대한 주민 만족도 항목 중 ‘지역 축제 개최 필요성’이 가장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지역 축제 예산 적정성’, ‘자부심 유도 효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이 낮게 나타나고 있는 점은 바로 지역축제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드러낸 척도이다.

뮌헨 하면 ‘옥토버 페스티벌’, 베로나 하면 ‘베로나 오페라페스티벌’, 바이로이트 하면 ‘바이로이트 바그너 음악페스티벌’, 잘츠부르크 하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힘은 바로 그 지역만이 보유하고 있는 역사문화자원으로부터 출발한 축제내용의 독특성과 창의적 재구성의 결과물이며 지속적 브랜드 관리에서 비롯된다. ‘옥토버 페스티벌’은 일반적으로 맥주 축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축제가 100년 이상 성공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독일 바이에른의 오랜 전통을 현대와 창의적으로 접목한 데 있다. ‘베로나 오페라페스티벌’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또한 그 지역만이 보유한 역사적, 인적 자원을 특색 있는 콘텐츠로 재생산한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된다.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영국 소도시 요크의 ‘조빅 바이킹 페스티벌’ 또한 바이킹의 종주국들을 제치고 1천 년 전 바이킹족의 두개골과 집터를 창의적으로 콘텐츠화해 쇠퇴한 도시를 문화관광 도시로 탈바꿈시킨 사례이다.

 국내에도 안동탈춤축제·진주남강유등축제 등이 지역의 유무형의 자원을 지속적으로 가꿔나가는 우수축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문화시대인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예술페스티벌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부평구 문화재단은 오는 14일과 15일 양일간 ‘제2회 부평밴드페스티벌’을 개최한다. 1950~1960년대 부평의 에스컴 주변에서 시작돼 대중음악 60년의 뿌리가 된 부평의 독특한 음악 역사를 기억하고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기획됐다. 작년 첫걸음을 뗀 제1회 부평밴드페스티벌은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 결과, 오래 전 부평에 미군부대가 있었던 사실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던 시민들이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의 중요한 거점이었던 부평의 가치를 새롭게 재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2016 부평밴드페스티벌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부평음악융합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 내 주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부평 내 다양한 장소에서 미니스테이지와 토크콘서트를 마련한다. 향후 부평밴드페스티벌이 색깔 없는 지역축제가 아닌 지역 문화예술의 거대한 잠재력을 이끌어 내고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문화적 에너지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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