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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정치학박사
지난 12일 오후 7시 44분 경북 경주 남남서쪽 8.2㎞ 지역에서 규모 5.1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오후 8시 32분 경주 남남서쪽 8.7㎞ 지역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했다. 처음 두 차례의 지진에 경주를 비롯해 인근 지역은 한순간에 폭탄을 맞은 듯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우리는 강진에 대비한 건물의 내진설계가 10% 수준도 안되는 상황에서 드러난 이번 피해는 천재지변을 관리하는 국가기관의 대처 수준의 저급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접속장애를 일으키는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와 뒷북치는 긴급 재난문자 송달과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이 우와좌왕하는 지역의 재난구호기관의 행태 등은 한 마디로 ‘지진 무방비’라는 국가적 치부(恥部)가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경주 지진 발생은 천재지변이라고 하지만 지하수가 지진발생 1~2일 전에 예고현상이 있었고, 관측자료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9월 23일까지의 지하수위 변동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진이 발생하는 시점인 11일부터 특히 12일 규모 5.1과 5.8 지진 발생 직전에 수위가 크게 상승하는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만일 지진 당국이 지하수 관측을 통한 한반도의 지진예측을 국민안전처의 경보시스템과 연동했다면 조기 지진 전파가 가능해 국민의 혼란이 작았을 것이다. 경주 지진의 여러 가지 자료를 분석하면 최소 24시간 전에 지진을 예측해 국민들에게 대피와 대비를 소개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경주 지진이 북한의 기습공격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전쟁에 대한 사뭇 우려의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주 지진을 겪으면서 지진과 전쟁의 유사한 점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첫째, 예측이 불가하고 기습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주 지진은 ‘설마’하는 안일한 생각 속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저녁시간에 기습적으로 발생했다. 전쟁의 시작은 적들이 예상 못한 시간과 장소로 공격을 하는 것이 전쟁의 기본이다. 평소에 지진을 대비해야 하듯이 전쟁도 준비한 나라가 승리한다는 것은 전쟁사의 교훈이다. 맥아더 장군은 "전투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없다"라는 평소 적에 대한 감시를 강조했다. 이번 경주 지진의 경계에 실패한 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둘째,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자비한 대량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주지진이 특정장소와 시설을 선택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듯 개전 초 전쟁 양상은 무차별 공격 준비사격부터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더 큰 피해가 발생하고, 초기 전쟁 지휘의 실기(失機)를 하기도 한다. 정부의 대응을 보면 우선 국방부는 구두탄(口頭彈)발사로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난 21일 국방부 장관이 언급한 ‘김정은 제거작전’과 ‘평양 초토화 발언’ 등 듣기는 좋으나 과연 가용 능력과 시행 가능성을 보유했는지를 유념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연합전력으로 전쟁 억제력을 유지하고 있는 안보현실에서 한국군 단독으로 대북 실력행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 그렇다고 미국의 핵우산 아래서 마냥 안심하고 살 수는 없는 진퇴양난의 곤경에 빠진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북한 핵실험이 있을 때마다 반복적 전략무기의 한반도 출격이라는 무력시위를 통해서 보복능력을 과시했지만 실효성은 없는 것 같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때 B-52와 F-22를 출격시켰었고, 이번 제5차에는 B-1B를 출동시켰으나 대북 억제력이 될 것인가는 의구심뿐이다.

 경주지진에서 본 바와 같이 평소에 스스로 준비안된 상황에서는 어떤 정부도, 국민도 속수무책 심각한 피해와 혼란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국가안보도 지진을 대비하여 내진설계된 건물을 짓듯이 기습적인 전쟁발발을 대비해 ‘백년양병(百年養兵), 일일용병(一日用兵)’의 자세로 대비돼야 한다. 그 전력 우선순위는 바로 재래식 육군 중심에서 최첨단 공·해군력 중심으로 전격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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