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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우연한 기회에 러시아에서 오신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러시아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표트르 대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표트르 대제는 1682년에서 1725년까지 러시아 제국 로마노프 왕조의 황제였습니다.

 그는 서구를 모델로 한 강력한 개혁 정책으로 러시아의 근대화를 가속화했습니다. 오스만 제국,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해서 영토를 확장한 것도 그의 업적입니다.

 하지만 그가 왕위에 오르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여의고 극도의 정치적 혼란 속에 유혈 사태를 겪으며 이복형제인 이반과 함께 공동차르에 등극하게 되었지만 이복누이 소피아 공주가 주동한 쿠데타로 권력을 잃고 소년기와 청년기를 크렘린궁 밖에 있는 외인촌에서 지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전화위복으로 이러한 그의 개인적인 아픈 경험들이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됩니다. 화려한 의식이나 불합리한 전통 대신에 실리적이며 과학적인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서유럽 선진 국가들에서 온 기술자들과 교류하면서 최첨단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말에 편자를 박는 일, 대포를 주조하는 일 등 십여 가지 이상의 전문적이고 특수한 기술을 젊은 나이에 이미 많이 보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시 권력을 회복한 이후에도 이러한 선진문물에 대한 동경은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표트르 대제는 서유럽 여러 나라에 사절단을 파견했고, 서유럽의 기술도 배워 올 수 있도록 사절단에 젊은 귀족들을 포함시켰습니다.

 놀라운 것은 자신도 정체를 숨긴 채 이 사절단에 합류해 행동을 같이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기간 그는 대포 조작 기술과 선박 건조 기술, 수학과 기하학을 친히 배웠고 해부학과 응용과학에도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그의 유럽 시찰은 나중에 있을 개혁을 뒷받침하는 매우 중요한 자양분이 됐습니다.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마디로 서구식 근대화를 통한 강력한 국가 건설이었습니다. 경제, 정치, 문화 등 각 방면에서 서유럽의 선진화된 문물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결과로 경제적 발전은 물론이고 국가 행정기관 정비, 문호 개방, 과학 기술 및 문화, 교육 발전으로 러시아 역사상 전례가 없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의 강력한 개혁으로 러시아는 주변 강대국들과 대등한 나라가 될 수 있었고 그 자신은 ‘대제’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습니다.

 표트르 대제의 개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개인들의 삶에서도, 지금까지 해오던 무엇인가를 바꾼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변화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외부의 자극과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호기심이 제대로 맞물릴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됩니다.

 소통도 그렇습니다. 언어 생활을 바꾸는 것은 인격을 도야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12개 나라가 수년간 공동으로 연구해 발표한 ‘21세기에 필요한 핵심 역량’ 세 가지 중 하나가 바로 소통 능력입니다. 소통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대화인데, 안타깝게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들과의 대화부터 ‘개혁’해야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를테면 늦잠 자는 자녀에게 ‘빨리 일어나. 넌 누굴 닮아 그렇게 게으르니?’라고 공격적인 말을 하는 것보다는 ‘지금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학교에 늦겠다’ 정도로 하시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이런 대화법을 일컬어 비폭력 대화법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인 마셜 로젠버그 박사가 개발한 것입니다. 사실만 말하기,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기, 정중어법 사용하기 등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잘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처럼 역지사지로 대화를 이끌어 가면 될 것입니다. 현재의 언어 습관을 바꾼다는 것, 개혁 수준의 마음가짐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자신의 언어습관을 스스로 진단해보고 변화의 길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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