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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객원논설위원
가을이 오면서 전국적으로 축제가 한마당이다. 인천에서도 지난달 24일부터 1회 애인(愛仁)페스티벌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부평의 풍물축제는 벌써 20회를 넘었으며 성공한 축제로 평가되고, 중앙정부에서 관심을 두는 대표 축제의 하나이다. 서구(西區) 야생화의 향연, 드림파크 가을나들이는 도심 속의 가을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그 지역 축제의 성공은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자부심으로 살기 좋은 마을로 인식돼 좋은 이미지로 이어진다. 인천시가 인구 300만 명을 넘어서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시도된 메인 행사 11개, 32개의 연계행사, 지원행사 12개로 26일간의 축제가 인천의 애인 페스티벌이다. 인천 가는 곳마다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만, 그 축제 속에 ‘인천은 있는가’ 라는 문제로 아쉬움이 남는다. 인천만의 축제, 그 대표성에서는 의문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관중 동원을 위해 연예인을 초청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연예인 동원만이 축제는 아닐 것이다. 애인 페스티벌 기간에 전국에서 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부산의 국제영화제와 상암동에서 실시한 2016 DMC 페스티벌(10월 1∼11일) 관람객 수에는 인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부산 국제영화제와 서울 상암동 축제, 그들만의 특징을 가지고 관객을 끌어 당겼다. 부산과 서울을 인천과 비교하면, 문화자원이나 장소적 규모 등 여러 면에서 경쟁 상대가 아닐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이야기하곤 한다. 서울은 사람이 많아서, 부산은 이미 알려졌기에, 장소가 인천과 비교해서 훨씬….

 예를 들어, 동인천 양키시장 축제, 부평 애스컴 축제 등 그 장소와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를 축제의 중심축으로 삼아야 경쟁력이 나타난다. 동인천 양키시장은 미군 물건이 거래되면서 70년대까지는 정말 인천의 멋쟁이나 내로라하던 사람만 물건을 사던 시장이다. 그런 추억을 그대로 축제로 만든다면 부평은 대한민국 보컬 그룹의 무대였으며, 미군부대 문화라고 치부하기 전에 한국 음악의 뿌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다. 당시 부평은 주한미군 군수지원사령부(애스컴)를 중심으로 20∼30개의 클럽이 운영될 정도로 국내 밴드 음악의 중심지였다. 부평의 신촌과 삼릉 일대는 전국에서도 유명한 밴드 단원이 모여 사는 독특한 공간이 형성됐다. 당시 미8군 무대에 나가기 위해 밤낮없이 연습하는 지역이 부평이었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이 어쩌면 지금의 K-POP의 원조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축제로 이어지길 바라며 그런 것을 찾아서 그것을 이해하는 이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 축제여야 한다. 지난 2002년 일본에서 열린 ‘월드컵맞이 한국문화 페스티벌’에서는 전주 비빔밥, 부산 동래파전과 함께 인천 쫄면이 한국 대표 음식으로 소개됐다.

 애인 페스티벌 어느 행사에서도 인천의 대표음식으로 내놓은 곳이 없다. 막걸리와 파전, 그냥 먹거리를 파는 음식 부스와 다를 바가 없다. 인천의 대표 음식으로 선정해 놓고 그 맥을 잇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쫄면을 검색하면, 원조 인천보다 서울 강남이나 타 시도가 원조처럼 검색되는 것이 다반사다. 인천의 대표축제에 인천은 있는지, 인천의 먹거리는 무엇인지 애인 축제에 담아보자.

 뮌헨의 ‘옥토버 페스티벌’은 일반적으로 맥주축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축제가 100년 이상 성공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독일 바이에른의 오랜 전통을 현대와 창의적으로 접목한 데 있다. ‘베로나 오페라페스티벌’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또한 그 지역만이 보유한 역사적, 인적 자원을 특색 있는 콘텐츠로 재생산한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된다. 1회이기에 서투를 수 있다. 오래 기억되는 축제를 만들고자 한다면, 거기에 인천만의 것을 담는 노력 여하에 따라 100년 이상을 가는 축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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