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안보리(安保理) 유감
상태바
UN 안보리(安保理) 유감
원현린 주필<主筆>
  • 기호일보
  • 승인 2016.10.24
  • 1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현린 논설실장.jpg
▲ 원현린 주필<主筆>
필자는 해마다 10월 24일 유엔의 날을 맞으면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가 떠오른다. 1991년 9월 25일, 대한민국이 유엔 가입을 신청한 이후 42년 8개월 만에 가입돼 회원국으로서는 처음 맞는 유엔총회 대통령 연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해는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해다. 당시 우리는 회원국 국가원수로서 대한민국 노태우 대통령이 기조연설 차 수행기자단과 함께 유엔본부를 방문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남북한이 각각 다른 의석으로 유엔에 가입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며, 불완전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우리 유엔 대표단의 자리가 옵서버席(석)에서 회원석으로 불과 수십 미터 옮겨 오는데 40년 넘어 결렸고, 동·서독의 두 의석이 하나로 합쳐지는 데는 17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남북한의 두 의석이 하나로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역설했다.

그동안 한국의 유엔 가입을 막아온 것은 냉전체제였다. 하지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옛 소련이 해체됐다. 바야흐로 세계 평화의 길이 열리는 듯했다. 이러한 시기에 유엔에 가입한 한국으로서는 통일도 그리 머지않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동독과 서독의 두 의석이 하나의 의석으로 합쳐지는 데에는 17년이 걸렸다 했다. 해서 남북한의 두 개의 의석이 하나가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는다 했다. 하지만 이제와 되돌아보니 환상(幻想)이었다. 북한은 어제도 오늘도 핵개발을 멈추지 않는 등 유엔 결의 어기기를 여반장으로 하고 있다. 남북한은 하나의 의석으로 가기는커녕 여전히 한반도에는 냉전이 지속되고 있다.

25년 전 유엔본부에서 우리 대통령의 ‘평화로운 하나의 세계공동체를 향하여’라는 제하의 기조연설을 경청, 취재했던 필자가 맞이하는 유엔의 날이기에 유독 만감이 교차한다. 여기서 유엔은 과연 국제평화기구로서의 설립 정신을 잊지 않고 충실히 운영되고 있는지 짚어보는 것도 오늘 유엔의 날을 맞아 의미가 있다 하겠다.

유엔의 목적은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국가 간 선린관계 발전, 경제·사회·문화·인도적 문제 해결 및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존중을 위한 국제적 협력 등이다. 유엔 회원국의 가입 자격은 유엔헌장의 의무를 수락하고 이를 이행할 능력과 의사가 있다고 인정되는 평화애호 국가여야 한다. 유엔 산하 여러 기구 중 국제평화와 안전유지에 일차적 책임을 지는 안전보장이사회는 회원국에 대해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다. 안보리 이사국은 1개의 투표권을 가진다. 절차문제에 대한 결정은 이사국의 찬성에 의해 이루어지나 실질문제는 미국, 프랑스, 영국, 중국, 러시아 5개 상임이사국이 포함된 이사국의 찬성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강대국 만장일치(Great Power Unanimity)’ 원칙은 ‘거부권(Veto Power)’이라 불리기도 한다. 5개 상임이사국 모두는 과거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여타 유엔기관도 회원국 정부에 대해 권고를 할 수 있으나 안보리만이 회원국에 대해 이행의무를 지우는 결정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유엔의 한계다.

때마침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최근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에 대응하는 데 안보리가 때로는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라고 말해 안보리에 대해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 총장은 또 여기에 "안보리에서 통일성을 갖지 못하는 것이 북한과 같은 회원국에 결의안을 지키지 않을 핑계를 준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절대 힘을 넘지 못하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역부족을 자인하고 무력감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10년 전인 2006년 10월 14일 총장 수락 연설에서 유엔의 3대 책무, 평화와 발전, 그리고 인권 증진에 진력할 것을 역설하고 유엔 개혁을 강조했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동안 유엔이라는 국제평화기구에서 사무총장으로 일한 그다. 하지만 그 역시 어쩔 수 없었나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유엔정신을 잊은 지는 이미 오래다. 오직 자국의 이익만이 결정의 기준이자 잣대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것이 오늘날 국제평화기구, 유엔이 보여주는 미래로 가자는 길인가, 평화로운 하나의 세계로 함께 향하자는 길인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유엔이 오늘로 창설 71주년을 맞았다. 세계 각처로 눈을 돌리면 할 일 많은 유엔이다. 세계는 지금도 냉전시대 이전 못지않게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권문제, 가난과 기아문제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안보리가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유엔이 무력해 당초의 설립 취지에 반해 ‘식물 유엔’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