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접었습니다.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정이 있으니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국민타자' 이승엽(27.삼성)은 9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2003 제일화재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 진출을 단념했다면서 대신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내 다시 문을 두드릴 계획임을 밝혔다.

최근 일본프로야구 롯데 마린스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이승엽은 "2년만 뛰고 메이저리그를 보장해준다는 점에 가장 끌렸다"며 "한국에 남는다면 그것은 아예 미국에 나가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한국프로야구의 수준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이상 국내에 남을 필요가 없다는 것.

이승엽은 그러나 "(일본행을 반대하는)팬들의 여론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며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이승엽과의 일문일답.

--앞으로 거취는 어떻게 되나.

▲저도 잘 모르겠다. 어떤게 최선의 방법인지 여기 계신 분들에게 묻고 싶다.요즘 주위 분들을 만날 때마다 의견을 묻고 있다. 올해는 일단 메이저리그 진출을 접었다.

--롯데 마린스의 제안 가운데 무엇이 가장 매력적이었나.

▲2년만 뛰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보장한다는 점에 가장 끌렸다.

--삼성에서도 오늘 오전에 단기 계약만 하고 보내줄 수 있다고 했다는데.

▲그런가? 하지만 올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는데 여기서 1년 더 한다고해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일본야구는 메이저리그의 인정을 받았다. 만약 국내에 잔류한다는 결정을 내린다면 미국에 나가지 않고 계속 여기에 남겠다는 의미다.

--메이저리그행이 결렬된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가.

▲많은 분들이 돈은 벌 만큼 벌었으니 다 버리고 나가보라고 말한다. 일본행 가능성이 나오면서 꿈을 버리고 돈을 선택했다는 말도 듣는다. 하지만 사정이 있었다.공개할 수는 없지만 금전 외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언제쯤 진로가 완전히 결정될 것인가.

▲빨리 결정하고 싶다. 내년에도 야구를 해야하는 데다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어 최대한 빨리 정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내일(J's엔터테인먼트 김기주 일본지사장과 롯데와의 협상 시작)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행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팬들의 부정적 여론이다. 직접 내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인터넷 등에서 읽을 수 있다.

--지금 심정은.

▲답답하고 너무 복잡하다. 성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제가 남게 되든 아니면 나가게 되든 지금처럼 성원을 계속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그만큼 열심히 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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